카드업계 지각변동 예고…과열경쟁 우려

최근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신용카드업 진출을 선언하고 일부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가 꾸준히 거론되면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신규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기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경우 과열 경쟁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그동안 카드사 설립을 쉽게 허가하지 않은 만큼 카드업계의 ‘새판짜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행계 카드 분사 움직임=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은행계 카드사 중에서 KB카드와 우리카드, 농협카드의 분사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KB카드는 최근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이후 카드 분사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분사 결정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카드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우리카드의 분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도 카드사업부문이 ‘NH카드분사’라는 명칭을 쓰고 작년에 독자 브랜드인 ‘채움 카드’를 출시하면서 신용부문에서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로선 분사 계획이 없다”며 “카드분사라는 명칭을 쓰고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니까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카드 분사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수년간 전업계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큰 수익을 얻으면서 은행계 카드사도 분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카드사를 은행 울타리에 두면 리스크(위험) 관리를 우선시하는 은행의 보수적 풍토에서 전업 카드사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신규 카드사 등장 때 경쟁 불붙을 듯=최근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카드업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신규 카드사가 등장할 경우 현재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수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KB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간의 2위 다툼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롯데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고객 확보를 위한 카드사의 경쟁이 과열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카드업 진출이 언제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과열 경쟁을 막으려고 신규 진출을 원하는 업체들은 기존의 다른 카드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이전에 현대카드는 다이너스카드를, 롯데카드는 동양카드를 각각 인수했고 하나카드는 본래 하나은행에 속해 있었는데 SK가 하나은행 카드 지분을 인수하면서 하나SK카드가 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금융당국이 신규 카드사 설립을 인가할지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산업은행이나 우정사업본부가 카드업 진출을 위해 우리와 협의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