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사장들의 권한과 자율성이 대폭 강화된다. SK그룹은 최종현 선대 회장 이후 30년 동안 유지한 경영 철학인 `SK 경영시스템(SKMSㆍSunkyong Management System)`을 크게 바꿔 그룹은 경영철학을 유지하고 계열사는 책임 경영을 강화한 `뉴 SKMS`를 만들기로 했다.
5일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모이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를 열고 기존 그룹 경영이론(SKMS)을 수정한 `뉴 SKMS`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뉴 SKMS`의 핵심 내용은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경영철학을 만들어 전 계열사가 내용을 공유하던 것을 앞으로는 계열사별로 SKMS를 개발ㆍ실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그룹에서 만든 경영이론을 전체 계열사에서 공유하는 데만 중점을 뒀다면 `뉴 SKMS`에서는 계열사 CEO 등 경영진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는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는 경영의 핵심 철학을 챙기고 △글로벌 버전의 SKMS △관계사별 그리고 사업 단위, 팀 단위의 SKMS 실천법 등을 개발해 자율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하반기부터 주요 계열사는 `뉴 SKMS`의 구체적 실행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하반기부터 SK그룹은 그룹 차원의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고 SK(주) 산하의 TIC(기술혁신센터)가 경영전략과 관련해 큰 그림을 그리기로 했으며, 20년 동안 매월 개최했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열기로 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SK그룹 계열사 사장은 "에너지, 텔레콤, 건설, IT서비스, 종합상사 등 계열사가 많아지고 SK브로드밴드 등 새로운 계열사도 생겨나고 있어 그룹 경영 방식을 전 계열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며 "SKMS는 꾸준히 진화해 왔지만 이번 뉴 SKMS는 계열사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뉴 SKMS`는 그룹 주요 경영가치에 `기술`과 `행복`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최태원 회장이 각 계열사에 `3E 기술 경영`을 전달하면서 친환경적이고(Eco-friendly), 독특한 차별성이 있으며(Edgy), 수출로 연결되는(Exportable)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SK 고위 임원은 "오는 9월께 최태원 회장의 `뉴 SKMS` 선언에 대한 계열사별 액션플랜이 나올 것"이라며 "글로벌 환경에 맞는 권한 이양과 자율적인 경영철학의 도입이 큰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그룹에선 `일처리 5단계` `To-be 모델` 등을 롤모델로 제시해 왔다. 일처리 5단계의 경우 `입체적 위치 파악→KFS(이윤 극대화) 추출→목표 수준 설정→장애 요인 도출→장애 요인 제거 방안 수립 및 실행` 순서로 이뤄진다.
SK그룹 관계자는 "내년 화학ㆍ석유 사업으로 분사하는 SK에너지도 이러한 경영철학이 바탕이 된 것"이라며 "뉴 SKMS는 오너 중심이 아닌 기술ㆍ현장 중심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SK그룹의 경영 교과서인 SKMS는 1979년 고 최종현 회장이 `인간 위주 경영` `합리적 경영` `현실 인식 경영` 등 3대 핵심 개념으로 탄생한 SK의 독자적 경영기법이다.
핵심 전략인 수펙스 추구는 SK가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인 `Super Excellent`를 설정한 데서 나온 말이다.
2000년대 들어 SKMS 전면 개정 작업은 2005년, 2008년에 이뤄졌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글로벌 환경에 맞는 `뉴 SKMS` 확립에 들어간 것이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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