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ㆍLCD용 화학제품 전문 생산업체인 코스닥기업 테크노세미켐은 IT 부품ㆍ소재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워낙 기업 내용이 탄탄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추천을 하지만 주가 상승은 기대만큼 화끈하지 못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테크노세미켐은 국내 반도체와 LCD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식각액 부문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다"며 "이 때문에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근 만난 정지완 테크노세미켐 대표는 "식각액이 회사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하는 오해부터 풀겠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투자자관리(IR)를 적극적으로 못한 탓"이라며 "앞으로 회사의 가치와 성장능력을 정확히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매출액 중 40%를 차지하는 식각액(Etchant)은 반도체나 LCD 제조공정 중 웨이퍼에 회로를 그릴 때 나오는 부산물을 처리하는 필수 화학제품이다. 테크노세미켐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와 LCD 업체에 공급하는 식각액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식각액은 테크노세미켐의 성장 동력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반도체와 LCD 제조업체가 생산라인을 증설하면 이에 맞춰 테크노세미켐의 매출도 동반 증가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LCD 부문에서는 국내 패널메이커의 신규 라인이 내년 상반기까지 속속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중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서 꾸준한 증설투자가 예상된다.
정 대표는 "기술력 등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기 때문에 현재의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989년 설립한 테크노세미켐은 특히 150억원 이상 투자해 식각액을 재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가동 중이다. LCD 업체가 사용하고 나온 식각액을 수거해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이 기술이 상용화된 이후 식각액의 원재료인 중국 인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테크노세미켐은 또 올 초 맺은 독일 글로벌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와의 협력제휴도 제품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서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디딤돌"이라며 "이와 같은 선진기업과의 제휴가 태양전지, LED 등 연관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2차전지용 전해질에서 기대를 해볼 만하다. 7년 전 독일 머크와 제휴를 통해 시작했지만 현재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SDI 등에 공급하면서 이미 지난해 22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분야다.
올해 말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인근에 현지공장도 완공한다. 현지 2차전지 업체인 `A-123`에 공급이 확정된 상태다.
정 대표는 "지난 5월 기공식에 미시간 주지사가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다우코캄 등 공급처를 확대해 내년에는 미국 공장에서만 200억~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테크노세미켐은 식각액 부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RFID태그, 디스플레이 광학필름, ND자석 등 연관산업 분야에 진출했다.
정 대표는 "신규사업은 모두 화학부문의 재료기술을 토대로 어렵지 않게 진출할 수 있고 시장성장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며 "차별화된 기술을 통해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동안 테크노세미켐의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 중에는 자회사 부실도 한몫했다. 지난해에는 광학필름을 생산하는 TSC옵토스, 반도체용 MEMS카드 생산업체인 TSC멤시스(옛 파이컴)에서만 각각 34억원과 33억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탄탄한 이익을 냈음에도 전체적으로 지분법으로 1억원의 손실이 났다.
정 대표는 "TSC멤시스는 부실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출시하면서 올해 흑자구조로 돌아선다"며 "지분법에서 올해는 총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크노세미켐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0.6% 증가한 3500
억원이다. 정 대표는 "식각액 부문의 탄탄한 성장에 전해질사업이 가세하고 있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며 "지난해 수준의 영업이익률만 적용해도 올 영업이익은 450억원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임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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