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이징]<1부-4>실버 세대와 u헬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0세다. 193개 회원국 가운데 17위로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영국 등 고소득 국가군 평균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인 68세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기대수명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HALE)’은 다르다. 건강수명은 신체와 활동 장애 없이 사는 기간을 말한다. ‘세계보건통계 2010’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세로 기대수명과의 격차가 9년이나 됐다.

 기대 수명 80세 시대가 되면서 노년의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불었던 ‘웰빙’ 바람이 실버 세대까지 연장되는 모양새다. 실제 최근 노령층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의료 분담금은 크게 높아졌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건강보험 재정의 30%가 노인의료비였으며 1인당 의료비를 가장 많이 쓴 연령대는 80~84세(304만 3950원)였다. 75~79세(292만 467원)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건강보험 측은 “10년 전만해도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관절뼈, 골반뼈 등의 수술에 소극적이었다”며 “하지만 의학기술 발전 및 노인들의 적극적인 치료의지가 합쳐지면서 치료대상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건강식과 스트레스 해소로 대표되는 중년의 ‘웰빙’과는 달리 노년의 웰빙은 관리와 실질적인 치료가 동시에 이뤄져야한다. 실버 세대의 경우 평균적으로 병원 접근이 다른 세대와 비교해 물리적으로 어렵다. 심근경색, 고혈압등 갑작스런 몸의 이상이 나타날 경우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의료시스템의 지속성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일부 고급형 실버 타운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도 ‘지속성’에 초점을 맞춰 제공된다. 광진구 스타시티 더 클래스 500 등의 경우 상주 의사 및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 건강관리, 유지, 적극적인 치료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전체 노년층에서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구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노령인구 10명중 9명은 건강사각지대에 언제든 놓일 수 있다는 말이다. 최고가 아니더라도 관리 및 치료 등의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

 센서, 통신 등 최첨단의 IT기술을 통해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u헬스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예를 들어 평소 혈관계 및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경우 몸에 부착된 센서등을 통해 원격으로 의사에게 몸 상태를 보고할 수 있고 상태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식이다. 거동이 어려운 고령자에게도 적합하다. 정부도 실버세대를 대상 △만성질환자 대상의 원격 진료 및 치료 중심의 ‘u메디컬(u-Medical)△65세 이상 노령자 대상으로 하는 요양 중심의 ’u실버(u-Silver)` △운동지도, 건강정보 제공 등 건강관리 중심의 ‘u웰니스(u-Wellness)` 등 u헬스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신수종 산업 육성과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이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관련 시장이 개화한 미국 헬스케어 IT 시장은 u메디컬(u-Medical)이 418억달러, u실버(Silver)가 247억달러, u웰니스(Wellness)가 763억달러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IT기업과 이통사, 의료사업자들이 벤처회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발전시켰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유럽과 일본도 적극적이다. 유럽은 EU 국가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 중이며 일본은 정부 정책과 대기업 중심으로 발전 중이다.

 이승룡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 u라이프케어 연구센터장은 “노령자의 베개나 침대 등에 센서를 붙이고 의료기관과 정보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많은 건강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며 훨씬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법 정비, 제도개선 뿐 아니라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특별 취재팀=강병준 팀장(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 박희범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