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배운 영어 단어부터 복습해 볼까요?” “노트북 게임은 놔두고, 선생님을 바라보세요.”
대전 산내초등학교 컴퓨터실. 이론교육 50분이 끝나자 책상 곳곳에 설치된 노트북에 아이들의 손이 갔다. G러닝 수업에 임하는 10여명의 5학년 학생들 눈동자가 또렷해졌다.
영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안승용 강사(목원대 영어교육과 3년)는 “몇 주 수업을 진행했는데 G러닝의 환경적인 요인만 충족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용 게임콘텐츠로 가르쳐보니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 오르더라는 이야기다.
지역에도 게임을 통한 기능성 학습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B2C방식의 교육용 게임 콘텐츠가 아니라 B2B방식이다.
수도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보급에 나섰지만 지역에서는 올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구 동신초와 강원 노암초가 유일하게 G러닝 연구학교로 선정됐다.
대전 산내초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과 대전시 교육청이 콘텐츠경영연구소를 주관기관으로 G러닝을 자체 도입한 케이스다. 대전에는 G러닝 시범 교육현장이 산내초 외에 성천초가 하나 더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말부터 10주 일정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다. 오는 8월께는 교육성과 분석 결과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다. 우선 학교 컴퓨터가 3D게임 사양을 맞추지 못해 노트북을 임대해 쓰고 있다.
교육지원을 나온 원은석 콘텐츠경영연구소 부장은 “온라인 게임 열혈강호는 CPU가 펜티엄4 1.4㎓에 램이 512MB이상이면 그런대로 돌아가는 중급 3D게임이지만 학교 컴퓨터실에는 그래픽 카드가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습용 게임 `열혈강호‘는 콘텐츠경영연구소가 무협만화를 3D게임으로 만든 `열혈강호`에 6000만원을 투입해 교육용으로 다시 만든 콘텐츠다.
산내초는 대전시의 저소득층 지원사업의 하나인 `무지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매주 2시간가량 진행하다보니 수업 참석 학생 숫자가 들쑥날쑥한 편. 지역 G러닝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역의 연구학교 지정할당 폭도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금까지 정부가 선정한 8개의 G러닝 연구학교 가운데 6개가 서울 및 경기도에 몰려있다.
이정근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팀장은 “예산도 예산이지만 아이들의 학습 열정을 시스템이 못따라가는 것 같다”며 학습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게임 중독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 팀장은 한마디 덧붙였다.
어린이가 학습용 게임콘텐츠를 컨트롤 하지 않고 학교를 통해 일괄 교육하다보니 귀가해서도 게임을 찾는 아이들은 거의 없어 게임 중독 우려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