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경기침체를 탈출하려는 대만의 실리적 목적과 중국의 정치적 고려가 결합돼 협상 개시 5개월 만에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이다.”-삼성경제연구소 ‘중국-대만 ECFA 주요 내용과 대응방향’
“중국은 초기에 무역장벽을 회피하거나 자원 확보 목적으로 해외투자를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높아진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해외 선진기술 및 경영노하우 획득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변화가 한몫을 한다.”-KOTRA ‘중국 해외 M&A 사례와 시사점’
6일 삼성경제연구소·KOTRA가 각각 발표한 중국 관련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이들 보고서의 골자는 하나다. 중국 정부가 경제강국 도약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강력한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에 기업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회의 후 5차례의 회의만으로 합의에 성공한 ECFA 협상은 중국 정부의 과감한 결단력을 입증한다. 특히 이번 협상은 대만정부에 월등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 포석을 봤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대만을 중화 경제권에 포섭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대만 첨단기술을 습득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대만 첨단기업들의 경험과 노하우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마구잡이식’으로까지 표현되는 해외기업 사냥에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한다. KOTRA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3월 ‘해외투자관리방법’을 발표하면서 해외투자 프로젝트 심사권한을 완화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외환관리국이 ‘국내기업의 해외대출 외환관리 관련 통지’를 통해 해외대출 주체의 자격조건도 완화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메이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기를 띠고 있는 시점에 터진 일련의 정책변화는 해외기업 사냥 열기에 불을 지핀 결과가 됐다. 중국 기업의 대대적인 해외 자산 확보 공세에 대해 영국 경제연구소 채텀하우스(Chathamhouse)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역마르크폴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역마르코폴로 효과는 700년 전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나침반 등을 이탈리아에 소개했으나, 현재는 중국이 이탈리아 디자인·브랜드·마케팅기법 등 무형자산을 대거 확보하는 현상이다.
중국 민관의 대외진출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정부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대신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 상무는 “FTA를 통해 대외 수출 여건을 개선하고 기업이 신성장동력 분야에 연구개발(R&D)을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재천 KOTRA 지역조사처장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위기를 틈타 M&A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며 “최근 선진국들의 잇따른 경기침체는 우리기업들에게도 해외 M&A에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