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운 기자의 백투더퓨처] <17> 광견병 백신의 발견

[이수운 기자의 백투더퓨처] <17>  광견병 백신의 발견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이 때문에 치료나 예방책이 발견되지 않았던 과거에 페스트·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발병 자체가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전염병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해 인간을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왔다.

광견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광견병은 기원전 2300년경 고대 이집트·그리스와 우리나라 고려 중기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된 병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린 사람은 주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물을 무서워한다는 점에서 공수병(Hydrophobia)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인 갈레노스가 민물가재로 만든 치료약 ‘애쉬리온’만이 1500년 넘게 유일한 치료제로 사용됐을 정도로 연구나 치료법 개발은 미미했고, 환자 대부분이 사망했기 때문에 광견병은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1885년 7월 6일은 광견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날이다.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는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린 조제프 메스테르라는 9세 된 소년에게 백신을 접종해 생명을 구했다.

파스퇴르는 이미 미생물의 존재 규명, 저온살균법 발명 등으로 프랑스 과학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그의 초기 연구는 대부분 식물과 동물에 집중돼 있었고, 업적을 인정받아 프랑스 최고의 상인 레종 도뇌르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질병에까지 관심을 돌린다. 1882년 당시 광견병의 예방 치료를 위한 연구에 몰두하던 그는 광견병이 인간에게 발병하기까지는 감염 후 수주가 걸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파스퇴르는 광견병에 걸린 개의 연수 일부에서 추출해 만든 백신을 광견병견에 물린 사람에게라도 투입하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1885년 7월 6일 그는 사람들이 데려온 조제프 메스테르에게 이 백신을 투입했다. 그의 연구는 당시 의학자 집단과 언론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그의 유수한 업적 중 가장 위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파스퇴르는 세 자녀를 유아 질병으로 잃은 경험이 있다. 그는 자신의 불행 안에 갇혀 좌절하지 않고, 이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결과, 닭 콜레라와 탄저병, 디프테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유럽을 광견병의 공포로부터 구해낼 수 있었다. 위대한 과학적 업적 역시 인간애에서 출발했고 이는 ‘전 세계의 고통받는 인류를 돕는다’는 파스퇴르 연구소의 창업이념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이수운 기자의 백투더퓨처] <17>  광견병 백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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