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야후의 CEO 캐롤 바츠는 야후 연구소를 방문해서 ’심리학자들은 어디있죠?’ 라고 연구소 책임자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 후 야후 연구소는 세계 일류 대학에서 인지심리학, 경제학, 사회학, 문화인류학자들을 채용하기 시작해서 25명 가량의 최고 학자들을 확보했다고 한다.
많은 언론들이 최근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4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글이 하드웨어 스펙 차이를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폰4가 발표되는 날 국내의 트위터나 미투데이에는 밤을 지새면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그러한 상황을 계속 관찰하면서 그들에게 왜 그러느냐고 질문을 올렸더니 ‘재미있잖아요?’ 하는 대답이다. 이것은 컬트이고 문화다.
그러한 컬트는 5일간 지속되는 개발자 회의를 통해 종교적 집회를 만들어 내고 동료애를 느끼고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만들어 낸다. 삼성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제품 발표를 했을 뿐이다. 왜 사람들은 자기가 참석하지도 않는 개발자 회의에 열광하고 큰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앱스토어에 수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올리는 것일까? 이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이런 문화를 생성해 낼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뉴욕대학교 폴리테크닉 대학의 오데드 노브 교수는 사람들이 아무런 금전적 이익이 없이도 왜 위키피디어에 참여하는데 열정을 보이는 동기가 무엇인가 연구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1위의 동기가 ’재미’였다. 또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나 소셜네트워킹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뮤니티나 포럼에 참여하여 열심히 글을 올리는 동기와 그를 통해 얻는 인센티브는? 오픈 소스를 개발해서 같이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연구는 컴퓨터 과학자가 아닌 학자들의 몫이고 그 결과를 다시 컴퓨터과학자와 공유해야 한다.
지금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슈는 기술보다는 사회 이슈들이다. 작은 기술 하나가 전체 공간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기도 하고, 사회 개념과 규범을 송두리째 흔들기도 한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신뢰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를 공학자들만의 손에 맡길 수는 없는 것이고 사회, 정치적 논리에 의해서만 거론되어서도 안된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많은 컴퓨터과학자들이 소셜컴퓨팅이나 웹사이언스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 여러 인문사회학자들과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이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현재, 우리에게 무엇 보다도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문사회학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21세기의 새로운 인문사회학이 요구된다. 디지털 시대를 이해하는 인문사회학 기반의 새로운 인재의 양성이 더 늦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인문사회학의 위기가 아닌 기회인 것이다.
한상기 객원논설위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steveha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