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명의 기업` 20년, 데이터 복구 역사를 썼다

 하드디스크·USB·메모리 등 각종 디지털 장치에 저장한 데이터가 손상됐다면 속수무책이다. 컴퓨터를 좀 안다는 전문가도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 이 때 구세주가 바로 데이터 복구 서비스 기업이다. IT업계에서는 다 죽은 데이터에 생명을 넣어 준다고 ‘디지털 명의’로 캺른다. 명정보기술과 씨앤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데이터 복구 시장을 개척한 주역이다. 두 회사는 이달로 나란히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데이터 복구 역사를 쓴 두 사람을 만나 봤다.

 

 인터뷰/ 이명재 명정보기술 사장

 명정보기술은 데이터 복구 최고 기업으로 꼽힌다.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지만 아직도 명정보 브랜드는 굳건하다. 이명재 사장(55)은 국내 데이터 복구 분야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이 사장은 하드디스크 헤드 생산업체였던 AMK에서의 경험을 살려 1990년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디지털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시절이었다.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이뤄지면서 복구 서비스가 뜰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복구 장비를 자체 개발하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습니다.”

 명정보기술은 국내 최초로 하드디스크 수리를 시작해 93년 본격적으로 데이터복구 사업에 나섰다. 해마다 2만여 건 데이터를 복구해 지금까지 30여만 건이 넘는 복구 노하우를 자랑한다. 자체 조사 결과 데이터 복구 성공률이 72.04%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 사장은 “복구 장비와 ‘청정도(클래스)100’ 클린?과 같이 복구를 위한 완벽한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전체 수요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매년 15% 가량 의뢰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LCD 복구 분야도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국내에서 디스플레이와 관계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모두 명정보의 고객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쌓은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해외로 수출했다. 인도·태국·말레이시아에 장비를 포함한 턴키 형태로 3건의 수출을 성사시켰다.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진출한 차세대 메모리 ‘SSD103’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고 있다. 아직은 시장 초기로 매출은 작지만 2년 후에는 대표 사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 사장은 “수출과 신규 사업을 포함해 경기가 다소 힘들지만 올해는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매출을 낙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매출 270억원을 올린 명정보기술은 올해 400억원을 예상했다.

 

 인터뷰/최상호 씨앤씨 사장

 씨앤씨도 명정보기술과 같이 이달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최상호 사장(48)은 개인적으로 이명재 사장 후배다. 이 사장과 함께 AMK에서 같이 근무했을 뿐더러 비슷한 시기에 데이터 복구 시장에 진출했다. 씨앤씨는 독특한 기록도 ?지고 있다. 20년 동안 매년 성장했을 뿐 더러 단 한 번도 적자가 없었다. 게다가 철저한 무차입 경영으로 부채가 한 푼도 없다.

 최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월급을 밀리지 않은 점이 가장 뿌듯하다”며 “한 치 숨김없이 투명하게 경영한 덕분에 고객과 직원이 믿어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씨앤씨는 데이터 복구율이 70%를 넘어 선다. 최근 데이터양이 많아지고 저장장치 크기가 작아져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데이터 성공률은 결국 복구 노하우와 경험 있는 엔지니어, 복구에 필요한 환경? 자재 확보가 관건입니다. 특히 부품과 같은 자재 확보를 위해서는 제조업체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수많은 복구 업체 중에서 돋보이는 복구율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씨앤씨가 한 달에 처리하는 복구 건수는 대략 1200건. 사실상 명정보기술과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씨앤씨의 또 하나 경쟁력은 LCD 복구 분야다. LCD 수리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장비에서 기술, 프로세서까지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한 진입 장벽을 구축했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주최한 수리 경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16개 국가가 참여했다. 최 사장은 “월 6000장을 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LCD 수리 복구율은 90%에 달한다”며 “아주 치명적인 손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통 사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세계 1위 의료용 모니터 업체 ‘발코’ 제품과 모토로라 스캐너를 취급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시장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의료와 게임, 파친코 수요를 겨냥한 3차원 입체(3D) 모니터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306억원을 올린 씨앤씨는 올해 36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20주년을 기념해 전 직원이 태국으로 해외여행을 다녀 올 정도로 복지에도 남다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