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올린 벤처업체 수가 242개로 전년보다 20% 가량 증가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중견 벤처기업체 수가 늘어난 것은 우리나라 경제에 허리 역할을 담당할 중간층이 두터워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들 1000억 벤처기업의 총 종업원 수는 8만9000명, 총매출액은 47조8000억원으로 GDP의 4.49%를 차지한다. 전년도 대비 매출액 증가율도 17.15%로 유가증권시장 평균 매출증가율(-0.27%)은 물론, 대기업의 0.73% 수준을 훨씬 웃돈다. 중견벤처들의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벤처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동력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내 중견 벤처들이 세계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은 영세기업에 불과하다. 특히 창업 이후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만 매진해와 해외 마케팅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인력과 재원, 모든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독자적으로 개척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해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중견 벤처에 대한 별도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중견 벤처들은 독립적으로 창업해 자생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다. 후발 벤처기업의 선도 모델일 뿐 아니라,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연계하는 중개자 역할을 담당할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들 중견 벤처들이 국내 시장에서 조그만 성공에 만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멈춰선 안 된다. 중견 벤처가 커 나갈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거래 관행도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신생 벤처가 중소기업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일궈내야할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