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서 정보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철도공사 정보기술단도 동시에 확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외형적인 성장도 있었지만 이때부터 정보시스템이 조직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조성연 한국철도공사 정보기술단장은 KTX 개통이 정보기술단에 끼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고속철도 통합정보시스템(IRIS)은 5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04년 4월 1일 공식 오픈했다. 사업 초기에는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나라의 특성상 같은 선로 위에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화물열차가 동시에 다녀야 하는 커다란 도전사항도 있었다.
IRIS 구축 당시 추진단의 부단장으로 실무를 진두지휘했던 조 단장은 “당시 맡고 있는 역할의 무게뿐만 아니라 국가 중책사업의 성패가 정보시스템의 운영과 품질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의 안전을 책임질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치밀하게 짜여진 열차 스케줄에 맞춰 선로 유지보수 등의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했다. 이렇게 운영 업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서는 300여명의 프로젝트 팀원들이 연일 땀방울을 흘려야 했다.
특히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데이터 구축과 실행 데이터의 변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성원들의 조화, 사용자 교육, 역무설비 구축 등 피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이 이어졌고 변화관리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 단장은 “하얗게 밤을 샌 2004년 4월 1일, 첫 고객들을 태운 KTX가 기적을 울리며 출발할 때의 벅찬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신 IT기술의 총아 XROIS 구축=철도공사는 현재 KTX의 대전과 대구 연결선을 포함한 169.5Km의 신 선로를 건설하는 경부고속선 2단계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 올 11월 개통 예정인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2시간 정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철도의 핵심 축인 경부고속철도가 완결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역세권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효과와 지역 주민들과 철도와의 소통도 환경적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정보기술단은 현재 이에 대한 IT시스템 지원 사업을 1년 정도 진행 중이다.
경부고속선 2단계 사업과 더불어 정보기술단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1996년에 오픈한 철도운영정보시스템(KROIS)의 차세대시스템(XROIS)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XROIS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열차집중제어장치(CTC)의 연계, 지리정보시스템(GIS), ICT, 무선통신 기술 등 IT의 결정체가 될 것이라는 게 조 단장의 설명이다.
무선 통신을 기반으로 GIS와 GPS를 통해 모든 열차 자원이 관리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총 130억원 가량이 투입되며, 내년 하반기까지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조 단장은 “다양한 IT를 가미해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기준정보의 표준 체계를 수립해 이를 시스템에 담아 사용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끔 설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XROIS 구축 사업 외에도 정보기술단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관련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있다. 또 8월말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한 예약과 결제시스템을 구축해 9월부터 고객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고속철도와 IT인프라 해외 수출 추진=한국전력이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처럼 철도공사도 고속철도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여기엔 당연히 정보시스템 구축도 뒤따르게 된다. 철도공사는 이미 브라질 고속철도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집트의 경우 철도운영관리시스템(ROMS) 구축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현지에서 KROIS와 IRIS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이집트 철도청은 열차운영 계획과 운영 분야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고, 운영시스템을 직접 운영·유지보수하며 쌓은 노하우를 높게 평가했다는 게 조 단장의 설명이다. 철도공사는 이 외에도 미국의 플로리다주는 물론 사우디아리비아 등 중동에서 민간기업과 함께 고속철도와 IT 인프라를 수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 단장은 “철도공사의 비전은 ‘세계 1등 국민철도’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영자립의 토대 위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 대륙철도를 누비는 친환경 글로벌 종합운송기업이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철도공사의 이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GLORY(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 철도를 열망하는 녹색생활) 운동’을 펼치고 있다. GLORY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한다는 기치 아래 과거 철도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전 직원의 의식개혁 활동이기도 하다.
조 단장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는 인프라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철도에 대한 투자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녹색 친환경 운송수단으로는 철도가 가장 적합하며 정부도 철도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무중단 시스템 운영이 핵심=조 단장은 1971년에 철도공사에 입사했다. 근 40년을 철도공사와 함께 한 것이다. 조 단장이 처음 IT를 접하게 된 계기는 1977년 총무처 정부전자계산소(GCC) 전산요원 훈련 선발과정을 통해서이다.
이렇게 철도전산업무에 입문한 그는 열차운영을 위주로 철도업무 전반에 관련된 정보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담당해왔다. KROIS와 ERP, IRIS는 물론 현재 구축 중인 XROIS까지 어느 시스템 하나에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조 단장은 철도공사의 정보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다.
조 단장은 그가 몸담아온 정보기술단의 가장 큰 장점으로 IT 역량이 뛰어난 업무전문가로 구성됐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좋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업무분석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면서 “정보기술단은 철도 업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40여년 간의 정보시스템 운영 노하우가 집결돼 있기 때문에 철도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인적자원들과 함께 경영진의 지속적 관심도 정보화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철도공사 핵심 업무의 90%가 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이미 기업 운영의 중심에 IT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내부사용자 뿐만 아니라 경영층도 인식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단장은 이런 관심 때문에 책임감이 무겁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일들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는 “철도공사의 정보시스템은 24시간 무중단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안정적이고 원활한 정보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대외 정보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약력]조성연 단장은
1971년 9급 철도공무원으로 임용돼 현장업무를 수행하다 1979년 IT와 처음 연을 맺게 됐다. 1994년 전산사무관을 거쳐 2002년 전산서기관이 된 후 전반적인 철도정보화 분야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KROIS, ERP, IRIS 구축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고 XROIS 구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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