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펴냄.
사람 얘기다. 여럿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종교에 얽힌 화제를 두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평행선을 긋는 경우가 많아 마음에 꺼리거나 피하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 평행선을 깨뜨릴 것 같았다. 과학적이고 상식적이어서다. 사람이 보통 알고 있는 정도와 사리 분별만으로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여겼다.
361쪽부터 펼치는 것도 좋겠다. 기자도 2007년 7월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처음 펼친 이래로 ‘361쪽부터 376쪽까지’가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잊히지가 않았다. 기독교 경전(성경)의 구약에 나오는 ‘기이한 이야기’로 창세기 19장 5~8절과 31~38절, 판관기 19장 23~26절, 민수기 31장 18절 등이다. 과학자인 지은이가 ‘기이하다’고 표현했듯, 읽히는 그대로가 ‘기묘하고 이상한’ 얘기였다.
창세기 19장 5~8절과 31~38절을 살짝 꺼내본다면,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파괴될 때 아브라함의 조카 롯에게 찾아온 남자(천사) 둘을 ‘알아보겠노라(know)’며 소돔의 모든 남자가 몰려들었다. 그들이 ‘알아보겠다’는 것은 곧 ‘비역하겠다’는 뜻이었다. 롯은 이에 “내게 남자를 알지 못한 딸이 둘 있소. 그들을 당신들에게 내어줄 테니 마음대로 하시오. 단 손님(천사)들은 건드리지 마시오”라고 말했다. 지은이는 이를 두고 “종교가 여성을 어떻게 대접하는지 확실하게 말해준다”고 풀어냈다.
롯은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소돔을 탈출했다. 두 딸과 결혼을 약속했던 예비 사위들은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 불행히도 아내는 유황과 불이 비처럼 내리는 소돔을 ‘뒤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이 되고 말았다. 세 사람만 살아남아 짝을 찾지 못하게 된 롯의 두 딸은 아버지에게 술을 먹이고 번갈아 가며 동침했다. 두 딸은 결국 롯의 아이를 임신했다.(361~362쪽)
롯의 삼촌이자 일신교 창시자인 아브라함이 아내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아들 이삭을 어찌 다뤘는지도 지은이의 눈에 비친 기이한 얘기다. 또 하나, 모세의 병사들이 미디안의 도시들을 모두 불태우고 남자들을 죽였는데, 여자와 아이들을 살려뒀다. 모세는 이에 “남자아이들과 처녀가 아닌 여자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 뒤 “하지만 남자를 알지 못한 여자아이들은 너희(병사)를 위해 살려두라(민수기 31장 18절)”고 했다.(369쪽)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읽어본 뒤 판단하시라. 성경과 비교해 가며 읽는 게 더욱 좋겠다. 심리학자 조지 타마린이 8~14세 이스라엘 아이 1000명에게 성경 여호수아서의 ‘예리코 전투 장면’을 읽어준 뒤 설문한 결과(386~388쪽)도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할 부문이다.
지은이 리처드 도킨스는 동물행동학에 정통하다.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도 섭렵했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대중의 이해를 돕는 과학 서적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더니 신을 ‘망상(Delusion)’으로 정리했다. 불합리하고 증거가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믿음과 지각이 계속되는 상태로 본 것. 과학계와 종교계에 뜨거운 논쟁이 일었음은 당연한 순서였다. 593쪽에 이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가 넘쳐흐른다. 아마 종교를 가진 분들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자신감이 쪽마다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내가 의도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책을 펼칠 때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