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어느 날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데이비드 록펠러, 오프라 윈프리, 조지 소로스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사들이 한곳에 모였다. 이미 700억달러(약 85조5400억원)를 사회에 기부한 이들은 효과적인 기부를 통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박애 자본주의’에 입각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눴다. 또 기존 막무가내식 기부는 세계를 바꾸지 못하며 고도로 조직화된 기부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사회에 내놓지만 단순한 기부에 머무르지 않는다. 박애 자본주의자들은 기부액을 이용해 특정 사회문제에 대한 ‘수익 발생적’ 해결책을 창출한다면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더 빨리 끌어들여 전적으로 기부에만 의존하는 해결책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자선사업이 대개 적은 돈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로 기획된 반면에 이는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기업들도 동참한다. 구글은 회사 주식의 1%, 회사 수익의 1%, 직원 근무시간의 1%를 구글닷오르그(Google.org)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글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기부액도 커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월마트는 환경보호주의를 이윤 창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포장을 줄이는 활동 등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등 신제품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부를 조성한 방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앤드루 카네기는 이런 박애 자본주의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조직 구성과 경영 재능으로 성공한 부자들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본질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자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애 자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재능을 기부에 적용해 부를 창출하는 것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최상의 길이라고 확신한다.
명사와 글로벌 기업들의 기부 활동은 일반인에게 너무 먼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이를 이용해 사회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매튜 비숍·마이클 그린 지음. 안진환 옮김. 사월의책 펴냄. 1만8000원.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