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자유구역 축소 움직임에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8일 전국 경제청에 공문을 보내 지구해제 및 면적 조정에 대한 의견을 이달 8일까지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의견 청취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내용적으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절반 축소 등 강도가 높아 일선 경제청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영종 미개발지와 인천공항, 용유ㆍ무의 복합도시 등 3곳이 포함된 인천경제청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 면적(209.4㎢)의 절?에 해당하는 규모가 의견 검토 대상이다.
인천경제청은 "정부의 움직임은 `선택과 집중`이란 논리로 기존 경제자유구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최근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움직임을 보면 정부 행보는 `모순` 덩어리"라며 반발했다. 강원도, 경기도, 충북, 전남에 대한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 여부를 정부가 고심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이는 대학입학을 앞둔 큰아들(인천)에게 동생(후발 경자구역)들이 클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과 같다"면서 "해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문제로 지목퇇 영종 미개발지의 경우 새로운 컨셉트로 개발을 추진 중이고 인천공항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되면 조세감면 혜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도 지정 해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천공항 개발이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용유ㆍ무의 복합도시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개발계획을 승인해 놓고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제자유구역은 규모가 큰 편이라고 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2~10배나 된다"면서 "지금도 더 키워야 할 판인데 구역을 축소하라는 것은 지경부의 임의적 판단에 불과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부산경제청도 가주지구 등 사업 부진 지구에 대한 의견 청취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제청 관계자는 "개발ㆍ실시계획은 보통 2년 정도 걸린다. 우리 청의 경우 2004년 지정됐는데 그동안 금융위기, 부동산 경기 등이 침체된 상황인데 일괄적 잣대로 축소하겠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달 초까지 검토 의견을 달라는 정부 요구에 대해서도 지방 사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쳀다. 창원ㆍ마산ㆍ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됐고 막 취임한 통합시장이 업무 파악을 하는 상황에서 사업 시행자인 시장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요건이 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경제청 관계자는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결국 강원도와 경기도, 충북, 전남 등에 경제구역을 추가로 지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며 "부산신항이 자리를 잡고 있고 연말이면 거가대교가 완공되는 등 한창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구역을 축소한다는 움직임이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들 경제청은 또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현행 법의 지구 지정 해제 요건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해 △그린벨트ㆍ개발부적합 지구가 포함됐을 때 △개발계획 승인 후 5년간 실시계획 신청이 없을 때 등 구체적인 요건을 마련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해제 요건을 들어)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적어도 사업비나 보조금을 50% 이상 지원할 때 나올 수 있는 얘기"라면서 "정부 지원금이 5% 정도인데 남의 사업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는 "2004년 8월 지정돼 6년이 흐른 경제자유구역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을 지속사업으로 볼지 아니면 정리가 필요한 것인지 등의 의견을 물은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매일경제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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