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저음이 매력적인 커널형 이어폰
야마하는 일본 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아는 브랜드다. 1898년 세워진 이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통틀어 악기와 오디오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 리드 오르간으로 시작해 그랜드 피아노까지 다양한 분야의 악기와 스피커, 앰프 등 오디오를 생산하며 특히 디지털 분야에서 야마하가 이룬 성과는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에 살펴볼 제품은 ‘EPH-20’ 이어폰이다. 야마하에서 이어폰을 만든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야마하는 수많은 악기와 오디오, 액세서리를 내놓았지만 유독 이어폰은 선보이지 않아서다. 따라서 EPH-20·30·50 시리즈가 야마하 브랜드로 나오는 첫 이어폰인 셈이다.
일단 이어폰 케이블은 1.2m로 대부분의 쓰임새에 충분한 길이다. 커넥터는 ‘ㄿ자 모양이며 양 유닛과 연결되는 케이블은 왼쪽 오른쪽 모두 같은 길이를 가지고 있다. 단순한 패키지답게 부속품은 설명서 한 장과 추가 이어피스 두 쌍이 전부다. 커널형(이너) 이어폰인 만큼 귀에 딱 맞게 만들어져 있다.
이어폰과 드라이버 유닛의 각도가 직각이 아니라 벌어져 있기 때문에 귀에 꽂을 때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EPH-20에는 10.9mm 드라이버 유닛이 사용되었는데 귓구멍에 무리를 주는 크기가 아닌지라 부담이 덜하다.
앞서 말했지만 착용감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유닛 각도가 적당하게 벌어져 있으며 귀에도 무리를 주지 않는 편이다. 실제로 꽤 오랜 시간 착용하고 음악을 들어도 다른 커널형 이어폰이나 개방형 이어폰에 비해 귀의 아픔이나 피로가 덜하다.
이 제품 자체가 보급형이므로 음질에 대해서 너무 까다롭게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평가는 해야 하는 법. EPH-20은 일반적인 번들 이어폰들에 비해서는 음이 잘 분해되는 편으로 악기 소리가 더 살아나는 느낌을 주며 커널형 이어폰답게 외부 음 차단으로 인해 보다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EPH-20을 들어본 이들이 공통적으로 음원이 좀 더 가깝게 들린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이어피스의 밀폐성은 좋은 것으로 보인다.
저음부가 강조되고 있어 우리나라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친 강조는 아니고 살짝 강화시켰다고나 할까? 대신 저음부에서 다소 둔탁한 느낌은 든다. 듣는 음원에 따라 고음역에서 소위 치찰음이라 불리는 소리가 들리곤 하지만 심하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음질 면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보급형으로서는 괜찮은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EPH-20은 보급형 수준의 완성도라 판단한다. 음질 면에서는 가격대비 무난한 수준이며 착용 시 귀의 피로감이 덜한 것도 만족스럽다. 밋밋한 소리의 번들 이어폰에 질렸지만 그래도 너무 비싼 이어폰에는 손이 선뜻 가지 않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한지훈 라지온닷컴 운영자 http://laz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