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디지털 혁명이 시작됐다.’
과거 인터넷에 이어 정보기술(IT) 분야의 대변혁을 가져올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대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지난 1990년대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기업 비즈니스와 개인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듯이 2010년대 들어 본격화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또한 기존 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전망이다. 이에 전자신문은 산업계에는 새로운 IT 비즈니스 기회를 안겨주고, 기업과 개인 사용자에게는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을 높여줄 클라우드 컴퓨팅 ‘빅뱅’을 심층 분석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산학연 전문기관과의 협력 아래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를 도모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존 IT 환경과 개념을 뒤엎는 기술이다. 과거 기업이나 개인 사용자에게 IT 자원은 소유해야 쓸 수 있는 대상이었다. 서버, 스토리지에서 PC, 노트북은 물론이고 기업용 솔루션과 PC용 SW에 이르기까지 직접 도입하고 구축해야 해당 IT 자원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를 거꾸로 뒤집는 데서 시작했다. 우리가 전기를 사용할 때 직접 발전설비를 구축하지 않고 전력만 공급받는 것처럼 필요한 ‘IT파워’만 서비스 형태로 공급받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한마디로 전기코드를 꽂으면 전력을 얻고, 수도꼭지를 틀면 수돗물이 나오는 IT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업은 굳이 많은 비용, 시간, 인력을 들여 자체 IT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 사용자도 1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SW를 일일이 구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쓰고 쓴 만큼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이는 공급자(산업체)와 수요자(기업·개인)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다. 공급자는 기존 방식의 일방적인 비즈니스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수요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살아남는다.
수요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과거의 외형 확산 위주의 IT투자로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개인은 새로운 IT 사용환경에 적응해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서비스 구현을 위해 IT HW와 SW, 통신서비스, 단말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특성상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5억달러에서 오는 2014년 555억달러로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이미 글로벌 IT업계는 지각변동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 구글은 한발 빠른 클라우드 서비스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HP, IBM,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EMC, 후지쯔 등은 때로는 협력하며 때로는 견제하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맹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에 비해서는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바람이 거세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IT서비스업체는 물론이고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도 클라우드를 신규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중소벤처도 뒤질세라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여느 신기술이 그러하듯 클라우드 컴퓨팅도 높은 기대만큼이나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외부 자원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및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모델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나타날 법·제도적 갈등도 풀어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해외 선진기술과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우리만의 한국형 클라우드 전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 측면에서도 유행을 좇다가 자칫 무늬만 클라우드 컴퓨팅에 그쳐 오히려 IT 역량이 뒷걸음질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더불어 다가올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대세’다. 한발 앞서 준비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구름을 타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 반대로 우물쭈물하다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구름에 가로막혀 뒤처진다.
○용어풀이:클라우드 컴퓨팅은 사용자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같은 IT 자원을 직접 보유하거나 구축하지 않고 ‘클라우드’로 불리는 인프라에 접속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것이다. 외부 인프라를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내부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등으로 나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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