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소재 바이오·신소재 전문개발업체 BM생명공학연구소의 김희구 사장은 최근 순천종합고용지원센터(광주지방노동청 여수지청)에서 겪은 황당한 일을 떠올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에 따라 장려금을 신청했으나 거절된 이유를 아직까지 납득할 수 없다며 “힘없는 중소기업인으로서 도무지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1년 여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그만 둔 유모씨(4년제 대학 화공과 석사 출신)가 ‘중소기업 전문인력 활용 장려금’ 지원 대상에 해당된다는 컨설턴트의 권고를 받고 유씨에게 지급한 임금의 절반가량인 1200만원의 지원을 센터에 신청했다. 설립된 지 2년 된 신생 중소기업으로서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퇴직자라도 3년 이내에 신청하면 인건비를 장려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김 사장은 내심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센터 담당 공무원인 K씨(행정주사보)는 “유씨가 과제관리 및 연구행정 업무를 담당한 전문인력으로서 제품기술 개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지원요건 부적합 판정을 통보해 왔다. 이에 회사 측에서 “과제관리 및 연구행정이 제품기술 개발의 과정”이라며 항의하자, K씨는 “유씨가 개발한 제품이 아직 출시가 안 된데다 매출 또한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러한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행정심판을 제기하라”고 했다.
김 사장은 “유씨가 담당한 연구과제와 논문 조사, 시험 데이터 분석 등은 엄연히 제품기술 개발의 과정인데도 주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지급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 “특히 제품 개발과 매출 발생 등의 사항은 장려금 지원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담당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씨는 “과제관리 및 연구행정 업무를 담당한 유씨가 직접적으로 제품기술 개발에 참여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아직 제품도 개발되지 않았고 매출 또한 발생하지 않은 점도 부적합 요인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장려금 지원제도가 명확한 요건 및 규정이 미흡해 담당 공무원들이 임의로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김 사장의 사례를 광주종합고용센터에 문의한 결과, 장려금 지원 대상으로 보는 게 맞다는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광주센터 관계자는 “이공계 석·박사 학위 출신이 제품 마케팅이나 홈페이지 관리 등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 연구과제나 자료 조사 등의 업무를 했다면 포괄적으로 제품기술 개발의 연속으로 보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재 행정심판을 준비하고 있는 김 사장은 “제품 개발하고 마케팅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절차도 잘 모르는 행정심판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말로만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할 게 아니라 각종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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