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사례연구 - 수협중앙회 차세대공제시스템

지난 6월 30일 기준 수협중앙회 공제사업(보험)의 매출은 3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 목표 매출인 5800억원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달성한 것이다.

거대 민간 보험회사에 비하면 높은 매출이 아니지만 수협중앙회 공제사업의 연간 성장률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3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보험수입료 매출은 3400억원 목표를 112% 초과달성한 3820억원이었으며 2009년의 경우 5924억원의 매출로 목표치인 4000억원을 148% 초과달성했다. 공제사업의 성장에 따라 공제시스템의 재구축은 당연한 일이었다.

◇19개월 간 빅뱅 방식 구축=수협 차세대공제시스템은 2008년 11월 구축 착수해 올 3월 15일 오픈했으며 지난 6월 28일 최종 검수를 마쳤다. 구축 기간은 약 1년 6개월 걸렸지만 차세대공제시스템 구축 논의는 4년 전에 시작됐다.

2005년 7월 수협 혁신방안 추진계획을 수립하면서 공제사업 전반에 걸쳐 경영컨설팅을 실시했으며 1년 후인 2006년 8월부터 3개월 간 공제IT 강화 방안 ISP 컨설팅을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라 공제업무 프로세스 혁신 컨설팅을 거쳐 차세대 공제전산시스템 선정을 위한 추진계획을 2008년 8월 마련했다. ISP, PI614의 컨설팅으로 도출된 현안을 토대로 베어링포인트가 프로젝트관리조직(PMO284)을 맡았다. △상품 △계약인수 △계약유지 △공제지급 △공제사고/재보험 △영업관리 △회계 △이미지 △공제계리 등 차세대 공제시스템 전산화 업무 범위와 개발 방안 등을 수립했고 SK C&C를 사업자로 해 2008년 11월부터 구축에 들어갔다.

기존 공제시스템은 수협은행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보험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전산화의 미흡으로 보험청약과 심사, 증권 발급 등 보험 업무가 상당 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당시 보험가입을 접수할 경우 우편으로 관련 서류를 보내야 했고 도착한 서류를 심사한 후 보험증권을 발급했다. 상품 소개와 설명부터 시작하면 보험 가입까지 총 7단계의 업무를 거쳐야 했다.

차세대공제전산시스템 구축의 TF팀을 이끈 이창우 수협중앙회 공제보험부 팀장은 “전자청약 및 심사 시스템이 없어 보험 가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차세대공제시스템 구축 이후 보험가입 단계가 청약·심사·발급 3단계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 특성 반영 안돼 데이터 미흡=은행의 시스템이 보험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원장 데이터에도 문제가 있었다.

대량의 신규 데이터가 계속 적재되는 은행과 달리 보험의 원장 시스템은 특약을 추가하거나 옵션을 조정하는 등 기준 데이터가 자주 변경되는 편이다. 잦은 변경에도 데이터 유효성을 담보해야 하므로 상시적인 데이터 품질관리가 필수다. 하지만 보험 업무에 필요한 항목(필드)부터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 않았다. 원장 데이터에는 기초적인 데이터밖에 없어 차세대공제시스템 구축 이후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데이터를 새 시스템으로 옮겨오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하자 새 시스템의 원장 데이터 필드들이 상당 부분 공란으로 남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기준 정보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보험 신상품 개발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수협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및 정책보험을 동시 취급하는 방카슈랑스 체제로 고객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한 업무 환경이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 것이다.

일반 재보험사나 손해보험사에서는 가입을 기피하는 고위험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일반 보험사보다 더욱 풍부한 근간 데이터가 요구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였다. 고객에 대한 다차원 분석, 복합상품과 생활상품의 신속한 개발이 어려웠던 것은 물론, 새로 개발한 보험 상품이 과연 고객의 요구에 맞는 것이냐는 점도 확신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신상품 출시는 객관적인 데이터 통계 분석이 아닌 상품 개발자의 감에 의존해 왔다. 이창우 팀장은 “보험 상품마다 별도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기준 정보들이 빈곤하다보니 통계 분석이 무의미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종 보험 성격 만족시키는 시스템 개발 필요=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보험시스템을 버리고 전면적으로 재구축하는 빅뱅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험업 특성을 만족시키는 차세대공제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명보험, 손해보험, 재보험을 동시 취급하는 수협 보험의 특징 때문이다.

수협의 재보험에는 정책보험도 포함된다. 정책보험은 정부에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선원을 고용하는 5톤 이상 연근해 어선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어선원보험 △어업인의 생계수단인 어선이 해상에서 침몰, 좌초, 사고 등으로 손해를 입었을 때 보상해주는 어선보험 △태풍, 해일, 적조 등 자연재해로 인하여 발생하는 양식수산물과 양식시설물 피해를 보상하는 양식보험을 들 수 있다.

다양한 보험을 동시 취급하는 데서 시스템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발 인력을 원활히 수급하는 것이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재보험 시스템을 각각 개발하고 통합하는 데서 인력 소싱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차세대공제시스템 PM을 맡았던 SK C&C 최형근 차장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시스템은 보험 성격이 다른 만큼 보험 시스템 구성도 상이하다”며 “생명보험은 상대적으로 상품 종류가 많지 않은 대신 한 상품 당 데이터 테이블이 길고 손해보험은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고 지원으로 대행운영하는 정책보험까지 반영하기 위해선 시스템 유연성이 필수였다.

◇방카슈랑스 환경에 유연한 시스템 구축 완료=3월 15일 오픈한 차세대공제시스템은 3개월 넘은 검수기간을 거쳐 최근 최종 완료보고를 마쳤다. 룰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상품 구성요소 코드를 정비하고 구조를 표준화했으며 각종 자료들을 테이블로 관리하게 됐다. 신계약 업무에서는 이미지 시스템을 도입해 이미지 스캔 전송과 동시에 전산 자동 심사가 가능해져 심사 소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사고금 지급에서도 사고 접수와 청구, 심사과정의 전산화로 사고공제금을 빠른 시간 내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창우 팀장은 “타 보험사보다 먼저 방카슈랑스가 가능한 환경이었지만 시스템이 지원되지 않아 미흡했던 부분들이 이제 해결된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 분석을 통해 적절한 보험 상품을 적시에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