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따른 금융 환경의 변화와 복잡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 날로 발전하는 신기술·신채널의 등장, 그리고 갈수록 모호해지는 산업 간 경계 등은 금융IT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금융IT 전략이 기업의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방안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 시점의 IT전략은 기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지원하는 역할은 기본이고 IT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기회까지도 도출해 실행방안을 찾는 것이다.
2004년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최근 대부분의 국내 은행이 구축을 완료한 차세대시스템은 고도화된 상품팩토리시스템 등 특화된 계정계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은 은행 업무 전반의 IT요소를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된다. 2~3년 기간을 잡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사업이 끝날 때쯤엔 기술의 진보로 변화된 시장 환경과 다시 한 번 간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야기된 모바일 환경의 대두 등 차세대시스템 준비 당시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현실이 되는 이때, 기존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IT 트렌드를 접목할 수 있도록 IT전략을 재정비해 또 한걸음 나아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IBM이 전 세계 60개국, 33개 산업군에 종사하는 15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0 글로벌 CEO 스터디’에 따르면, CEO들은 광범위하게 상호 연결된 세계 시장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최우선순위에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객 요구의 변화에 따라 시장의 환경이 좌지우지되는 현 시장 환경에서는 고객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고객의 필요에 따라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 전 분야를 아우르는 최적화된 금융 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이 미래 금융IT의 목표일 것이다.
이런 금융IT의 목표는 진화된 차세대시스템 즉,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고객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코어뱅킹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상품 개발 위주의 현 시스템을 고객 중심으로 개편함으로써 고객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시스템의 신규 개발 없이 신속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계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의 특성이 하나의 상품으로 융·복합화되고, 특정 그룹이나 개인의 선호에 금융상품을 맞춤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비대면 채널을 통한 금융거래 비중이 80% 이상 차지할 정도로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 형태가 바뀌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인터넷·ATM·콜센터·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채널 간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고객이 어떤 채널을 통해 접근하더라도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 즉 멀티채널 아키텍처(MCA)를 구축해야 한다.
MCA 구축으로 각 채널별 담당자는 고객의 모든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에게 어떤 최적의 상품을 권할지, 어느 채널로 전할지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기반으로 상품·서비스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셜네트워크 등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의 집합, 즉 집단지성을 분석해 고객 요구의 흐름과 변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과 상호작용하고 고객의 말을 경청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유튜브, 트위터 등을 활용해 고객을 만나러 나가야 한다. 사이트만 구축하면 고객이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기존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비즈니스 요구에 따라 분석·가공하는 역량(Business Intelligence)과, 이를 통해 정제된 마케팅 정보를 영업 최전선에 기민하게 지원할 수 있는 경량화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과 관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는 민첩성(Agility), 항상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는 지속적인 혁신 활동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면, 비즈니스와 IT 어느 곳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의 발굴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바로 비즈니스와 IT의 궁극적인 정렬(Alignment)이며, 비즈니스 이네이블러로서의 IT조직이 나아갈 방향이다.
황만성 기업은행 IT본부장(부행장) birqoo@ibk.co.kr
-
안호천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