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IT아웃소싱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은 IT 비용절감이라는 목표를 추구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아웃소싱 도입 목표와 더불어 경영성과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IT아웃소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IT아웃소싱은 경영성과 개선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으며 이제는 아웃소싱의 적용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IBM 왓슨연구소는 2001년에서 2006년 사이에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244개 상장기업들의 경영성과를 과학적 통계 방법론을 적용해 분석함으로써 IT아웃소싱과 경영성과간의 상관관계를 증명하였다.
이들 기업들은 아웃소싱 도입 이전에 비해 판매 및 일반관리비(SG&A) 증가율이 3.5%P 낮아졌고 세전이익(EBT) 증가율은 4.5%P 높아진 결과를 보였다. 또한 아웃소싱을 도입하지 않은 동종 산업군의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판매 및 일반관리비 증가율은 2.9%P 낮았으며, 세전이익은 4.3%P, 영업이익은 3.2%P 높게 나타나는 등 재무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 결과는 95% 신뢰 구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갖는다.
물론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IT아웃소싱 도입이 경영성과 향상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고 인과관계를 단순 해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IT아웃소싱을 경영성과 개선의 지렛대 중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이체방크의 IT아웃소싱 사례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도이체방크의 경영진들은 경영성과에 대한 IT의 직접적인 기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IT 비용 중 일상적인 운영비용보다 신사업 지원이나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투자비용 증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심화되는 비용 압박과 한정된 재원 하에서 운영비용을 줄이고 투자비용 규모를 늘리기는 어려웠다. 투자비용은 경기상황에 따라 집행여부가 유동적이지만 장비 증설이나 교체, 유지보수, 인력 유지 등에 소요되는 운영비용은 고정비 성격이어서 쉽게 줄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운영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임을 인식한 도이체방크의 경영진들은 운영비용 지출 대상의 대부분에 대한 아웃소싱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도이체방크는 아웃소싱을 통해 절감된 비용을 신규투자 부문에 재투자함으로써 IT의 비즈니스 기여를 확대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된 IBM의 연구결과는 IT아웃소싱은 경영성과 개선을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수조건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왜 아웃소싱을 도입해야 하는갗보다 ‘어떻게 아웃소싱을 적용할 것인갗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핵심업무는 비즈니스 차별화 기여도로 구분=일찍이 서구의 IT아웃소싱은 수평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서비스 업체 간의 교체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개방된 시장 환경에서 개념과 방법론이 정립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택 대안이 없는 그룹 계열사 간 업무 이전이나 수직적 ‘갑을’ 관계의 인력파견(단순도급) 형태로 시장이 형성되어 IT아웃소싱에 대한 인식과 관행이 일부 왜곡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비용절감과 더불어 경영성과 개선이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IT아웃소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인식 전환과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비핵심 부문은 과감히 아웃소싱해야 한다. 어느 IT업무든 담당자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IT업무의 대부분은 잘못 수행되었을 때 현업들의 업무 생산성과 연속성을 심각하게 저해하여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들에게 핵심·비핵심 업무를 구분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IT 업무에 있어 핵심·비핵심의 가장 중요한 구분 기준은 ‘비즈니스 차별화에 대한 기여 수준’이다. 즉, 기업이 별다른 문제없이 현상 유지되는 것을 지원하는 업무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 하는 데 기여하는 분야라면 핵심 업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핵심·비핵심 부문은 업무 담당자의 입장이 아닌 기업의 전략과 사업방향을 이해하는 경영진의 시각에서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내부의 고급 자원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비핵심 부문은 아웃소싱을 통해 최대한 내부 자원의 투입을 억제하고 효율화 하는 것이 현명하다.
◇서비스 수준에 엄격한 아웃소싱 계약 필요=둘째, 서비스 중심의 계약체계를 채택한다. 국내 기업들이 IT아웃소싱 도입 시 즐겨 사용하는 비용절감 방법은 투입요소에 대한 도입단가, 특히 인력단가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분명히 가시적인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하나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낮은 단가에 대한 반발로 아웃소싱 업체는 불필요하게 많은 자원을 제안하거나 서비스 품질 개선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서비스 수준의 저하로 결과물의 품질이 저하되거나 업무 비효율을 야기하여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인력파견 내지 단순도급의 대표적인 폐해이다.
IT아웃소싱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투입요소의 최적화와 운영 노하우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투입요소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자칫 아웃소싱 업체의 운영 방향에 혼선을 야기하여 비용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하거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IT아웃소싱의 수단(투입요소)에 대해서는 아웃소싱 업체의 자율권을 인정하고, 결과(서비스 수준)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IT아웃소싱 사용자는 원하는 서비스 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고, 서비스 제공업체는 약속된 서비스 수준 하에서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업무 효율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에 대한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자산 이관으로는 비용 구조 효율성 낮아=셋째, 유연하고 효율적인 IT 비용구조를 수립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그룹 내 계열사 자산을 IT 자회사로 이관하여 고정비 성격의 IT 자산을 유동화 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자산 이관은 계열사 입장에서 보면 고정자산에 대한 초기투자와 현금흐름 부담을 경감시키고 자산 축소에 따른 재무지표(ROA)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룹 내 자산 이관은 총소유비용(TCO) 절감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초기투자 부담은 여전히 그룹 내에서 다른 계열사로 전가될 뿐이며, 오히려 파이낸싱 비용이나 자회사 마진 등의 거래비용 발생으로 그룹 내 자원 통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상쇄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원 통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투자된 자산의 낮은 가동률로 매몰비용(Sunk Cost)이 과다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매몰비용 역시 그룹 내의 부담이 될 것이고 최종 사용자인 계열사에 부과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단순한 그룹 내 이관을 통한 자산 유동화로는 IT 비용구조의 유연화와 효율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룹 외부의 자원 공급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원 공급과 최적화 역량을 갖춘 외부 파트너에게 자산 보유 부담을 이전하여 수요 발생 시 자원을 수급하고 사용량 기준의 과금체계로 전환해야 IT 비용구조의 유연성과 효율성은 극대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년 단위의 계약이 관행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IT아웃소싱 업체의 자발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아웃소싱 업체는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계약 초기부터 자원 최적화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는데 이에 대한 투자비용의 회수는 보통 수년에 걸쳐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투자회수 기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웃소싱 업체는 자발적인 투자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결국 아웃소싱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비용절감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단기적 계약 형태는 거래관계의 연속성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IT아웃소싱 업체와 사용자간에 성과와 위험 공유 수준이 매우 낮고 느슨한 수준으로만 비즈니스 연계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웃소싱 업체는 지식 이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주어진 과업에 대해서만 수동적인 대응을 하기 마련이다.
아웃소싱 업체의 자발적인 헌신은 보다 큰 비용절감 효과를 실현할 수 있게 하고 공동 비즈니스 기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아웃소싱 업체들의 자발적 헌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계약 기반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비용절감과 경영성과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IT아웃소싱에 대한 인식전환과 새로운 접근방법이 중요하다. 즉, 기업의 비즈니스 차별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비핵심 부문에 대한 과감한 아웃소싱, 투입요소가 아닌 서비스 중심의 계약체계 채택, 외부 파트너로의 자산 보유 부담 이전을 통한 유연하고 효율적인 IT 비용구조 수립, 중장기적인 계약 기반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절실하다.
현상준 한국IBM 전략아웃소싱 전무 sangjun.hyun@kr.ibm.com
◇현상준 전무는.
현상준 전무는 현재 한국IBM에서 전략적 아웃소싱 영업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항공 및 삼성자동차 전략정보팀과 PwC컨설팅 등을 거쳐 한국IBM GBS에서 주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사 PI 컨설팅, SCM 혁신컨설팅 및 변화관리 프로젝트 등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