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부품기업 글로벌 속도 경영에 날개 단다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등 부품산업의 대표기업들이 ‘글로벌 속도경영’을 기치로 전사 혁신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주요 부품기업들은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고도화된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혁신의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B2B산업인 부품업종의 특성상 고객기업의 수요 변화를 빠르게 예측,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해외 생산·판매거점을 포함한 전 세계 법인에서 정확한 수요예측에 의한 생산체제를 확립하고 빠른 재고회전율과 고객 납기 준수를 구현하려 하고 있다. 또 GSI ERP는 이러한 전 세계 경영 및 생산 현황을 한눈에 빠르게 확인하면서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완제품 기업에 뒤지지 않는 속도경영과 가치망 고도화를 구현한다는 것이 올해 이들 부품기업의 공통된 목표다.

# SCM 혁신 / 주 단위 S&OP로 재고 절감 … 전세계 생산판매 현황 한눈에 파악

올해 들어 휴대폰·TV 등 변화가 빠른 전기전자 완제품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활발한 SCM 프로세스 혁신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정 부서나 일부 전문가에 의한 혁신이 아니라 경영진의 진두지휘 하에 기존 업무 방식을 버리고 전사적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올해 부품기업들의 혁신활동은 단기간의 비용 절감과 목표 달성보다 장기간에 걸친 체질 변화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이 크다. 특히 혁신활동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것은 지난 2000년 초부터 삼성전자가 추진했던 SCM 혁신이다.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LS산전, 두산 전자BG 등은 지난해부터 SCM 프로세스 혁신을 목표로 임시방편형 판매-생산 방식을 바꿔나가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박희창 LG이노텍 상무(CFO)는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부터 원재료를 공급하는 구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글로벌 SCM 체계 혁신”이라며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5~10년간 글로벌 톱 수준의 경영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의 글로벌 SCM 프로젝트 핵심은 판매운영계획(S&OP) 프로세스 개선이다. 제품을 생산한 후 창고에 쌓인 재고를 물량 기준으로 밀어내기식 판매를 계획하거나, 영업부문의 갑작스런 제품 생산 요구에 수시로 대응하던 ‘악습’을 버리고 재고 절감을 꾀했다.

대신에 일주일마다 머리를 맞대고 영업부문과 생산부문이 서로 계획을 공유해 영업부문이 미리 계획한 만큼만 계획된 날짜에 생산하고 공급하는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필요 없는 재고가 쌓이지 않기 위해 ‘미리 예측하지 않은 물량은 어떠한 경우에도 생산하지 않기로 하자’는 새 규칙도 만들었다. 과거 삼성전자의 혁신활동도 좋은 모델이 됐다. 특히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3일 확정체제’ 모델도 도입해 공급 계획을 일정기간 확정하도록 하고 변경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요 예측이 정확하면 재고도 줄어=지난해 초 박종우 사장 취임과 함께 비교적 일찍 글로벌 SCM 혁신활동을 강화한 삼성전기는 1년만에 이미 50% 이상의 재고〃재공 및 부실 재고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이 제시한 납기에 맞춰 생산 날짜를 맞추는 비율도 지난해 80%에 머물렀으나 올해 92% 이상 수준으로 높아졌다. 일부 부서에 주 단위 S&OP를 적용한 두산 전자BG도 40% 이상의 재고 절감 효과를 거뒀으며 올해를 기점으로 전사 확산에 나선다.

뒤이어 지난해 말부터 삼성SDI, LG이노텍, LS산전이 잇따라 주 단위 S&OP 체제를 적용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전사 주 단위 계획과 생산체제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봄 100명이 넘는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글로벌 SCM 프로세스 개선에 나섰으며, 주 단위 S&OP 체계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봄부터 국내 법인 및 해외 법인에 SCP, 공장계획(FP)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 판매 및 생산계획이 생산현장(공장)의 계획 일정과 연계되도록 했다.

LS산전은 지난해 중국 법인에 주 단위 S&OP 체계를 시범 적용한 결과 재고 절감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유경 LS산전 경영혁신실장은 “세계적으로 소규모 M&A가 계속 진행되면서 해외 거점이 확대돼 글로벌 SCM 체계 혁신 없이는 비효율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고객 납기 준수율, 영업부문의 예측 적중률 등 SCM 혁신활동에 맞는 새로운 업무성과 평가기준을 수립하고 혁신활동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LG마이크론 인수합병 후 표준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SCM 혁신 모델을 채택하고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말부터 디스플레이 및 네트워크(DN)사업부에 시범적으로 공급망계획(SCP), 판매운영관리(S&OM)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 적용 결과를 토대로 표준모델을 수립하고 올해 8월 이후 전 사업부에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 초 본사에 SCM그룹을 신설해 프로세스와 IT 혁신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현재 사업부별 SCP 조직 인원을 대폭 늘리고 GOC센터로 확대한다. 이 센터는 생산과 계획의 불협화음을 조절하면서 사업부별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하게 된다.

# GSI ERP 구축 / 국내외 경영정보 한 눈에 보고 신속한 결산체계로 글로벌 경영 ‘날개’

이들 국내 부품기업들의 SCM 혁신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 법인과 공장의 어떤 정보도 필요할 때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 SCM 시스템과 ERP, 생산관리시스템(MES) 등을 구축한 후 하나로 이어 기업에 활용되는 모든 기초자원부터 생산·판매·재고 현황까지 실시간으로 집계되고 의사결정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ERP 시스템 통합은 전기전자산업 뿐 아니라 전 산업계에 걸쳐 진행 중이다.

LG이노텍과 삼성SDI는 글로벌 SCM과 글로벌 ERP 시스템 개선을 병행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LG이노텍은 전 공장 생산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MES 시스템 구축과 전 사업부 ERP 시스템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 GSI ERP 시스템을 본격 구축할 계획으로 이를 위한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삼성SDI도 올해 GSI ERP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에 완료한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부터 해외 8개 법인과 7개 사무소를 대상으로 GSI ERP를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초 TFT를 구성한 삼성SDI는 시스템 구축에 앞서 전사 업무 분석과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ERP 구축을 위한 인력도 계속 보강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해외법인의 ERP 시스템을 통합해 GSI ERP 시스템을 구축 완료할 계획이다.

LS산전도 지난해 전 세계 ERP 고도화를 통해 ERP 통합을 완료하고, 올 상반기 진행 중인 SCM 컨설팅 이후 SCP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MES 구축도 곧 본격화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초부터 올 8월까지 SCM 프로세스 개선과 GSI ERP 시스템 구축에 주력한 후 올 하반기 이후 컨설팅을 통해 시스템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MES, SCP 시스템 구축에 이어 GSI ERP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생산과 공급망 정보가 ERP와 연동=ERP 시스템 통합은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국내 주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도 올해 핵심 현안이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GSI ERP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ERP 시스템 통합에 착수해 올해 미국법인 ERP 시스템 통합을 완료했다. 이어 중국과 유럽법인 ERP 시스템 구축 및 통합 작업을 오는 하반기까지 추가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GSI ERP 구축을 본격화한 만도는 국내 GSI ERP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올 1월 가동한 이후 지난 4월부터 미국, 중국, 인도 지역 ERP 시스템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주요 해외 법인 글로벌 ERP 구축을 모두 완료할 계획인 박병옥 만도 정보전략실 상무는 “법인과 사업장마다 분산된 시스템 환경으로는 글로벌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전 세계 재고 정보를 한눈에 보고, 재무 정보도 통합 관리하기 위한 ERP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프로세스를 상향 표준화하고 글로벌 경영관리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도는 글로벌 ERP 통합을 통해 사업부별, 지역별로 서로 다른 프로세스를 총 219개의 프로세스로 표준화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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