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스크린싱글과 필드싱글

‘어, 이럴 리 없는데!’

라운딩을 앞두고 스크린골프장서 같은 코스를 미리 연습한 골퍼들이 필드에서 겪는 당황스러움이다. 요즘 스크린골프장은 센서가 좋고 그래픽이 미려하다. 때문에 실제 필드에서 라운딩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 전국 골프장은 물론 국외 유명 골프장 라운딩이 가능해 낯선 골프장에 가기 전 스크린 연습라운딩을 하기에는 최고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와 보면 스크린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진다. 드라이버 거리도 짧고 아이언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 간신히 그린에 올려도 퍼터로 얼마를 굴려야 할지 도무지 감이 없다. 스코어가 말이 아니다.

사실 스크린골프가 실제 필드를 상당부분 재현했다고는 하지만 필드와는 차이가 크다. 우선 거리다. 스크린골프는 대부분 비거리가 후하다. 스크린의 드라이버 거리라면 대부분 투어프로 수준이다. 또 훅이나 슬라이스를 정확하게 못 잡아 적당히 쳐도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필드에선 반듯한 평지에 공이 떨어질 확률이 적지만 스크린골프에선 모든 샷에 대해 최적의 어드레스를 취할 수 있다.

방향도 고민할 필요 없다. 골퍼들이 어려워하는 벙커샷이 스크린에선 오히려 색다른 재미다. 그린은 스크린골프의 최대 장점이다. 그린에 올려놓으면 색깔이나 선으로 홀컵까지의 기울기와 거리를 정확히 알려준다. 숫자보고 그냥 굴리면 된다. 여기에 스크린골프장의 쾌적한 날씨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으며 빨리 치라고 눈치 주는 캐디도 없다.

따라서 스크린에서 싱글을 쳤는데 필드에서 백돌이가 됐다고 해서 너무 당황할 필요 없다. 스크린골프 스코어는 스크린스코어이며 필드 스코어는 필드스코어일 뿐이다. 어떤 스코어를 자신의 골프실력으로 정하는가는 순전히 골퍼의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