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사례연구 - 삼성SDI의 SCM 프로세스 혁신

2008년은 삼성SDI가 평판 디스플레이 사업 경영권을 이관하고 전지 및 에너지 기업으로서 첫 발을 내디딘 해다.

연 매출이 평균 30%씩 성장하는 전지 산업을 필두로 삼아 급성장하는 에너지 산업의 주역으로서 성장을 원하는 삼성SDI의 의지는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특히 차세대 산업을 주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2008년 당시로선 해외 사업장 개수가 많지 않았지만 차후 로드맵에 따라 글로벌 거점이 급속히 확대되는 데 대비한 글로벌 경영체제 마련이 시급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광수 삼성SDI 시스템경영팀 부장은 “제품의 적용 사업군도 급속히 넓어지면서, 체계적 경영체계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각오를 전하며 “전사 임직원의 프로세스 혁신 작업에 돌입한 이후 임직원부터 직원까지 이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 의식이 빠르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급기야 고작 7명 수준이던 프로세스 혁신 인력을 100여명 단위로 확대하고 영업, 생산, 구매 등 전사 업무에 걸쳐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혁신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본격화했다.

◇변화관리와 프로세스 개선 주력=프로세스 혁신의 필요성을 인지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가장 주력한 것은 변화관리였다. 실제 프로젝트 인력의 30% 이상을 프로세스 담당 인력으로 구성했다.

2008년 말부터 약 3~4개월간의 임직원 교육과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 삼성SDI는 작년 3월에 정식으로 시스템 구축과 비전 정립을 통한 글로벌 SCM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글로벌 경영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하나의 계획을 계획부터 생산까지 움직이는 ‘싱글 플랜’ △일정 구간의 생산은 변경하지 않는 ‘3일 확정 생산’ △적시 생산과 적시 출하를 위한 ‘타임투마켓’ △표준화된 관리를 위한 ‘기준정보’ 정립 △시스템 경영을 위한 ‘실물정보 일캄 등 5대 비전을 수립했다.

비전 설명회를 개최하고 전 임직원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혁신담당 임원은 물론 특히 현업의 임원들이 크게 공감하고 적극 참여하면서 프로젝트는 힘을 얻기 시작했다. 정 부장은 “혁신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이 확산되면서 정확한 목표 설정에 따른 임원들의 리더십이 프로젝트 추진의 열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월 단위로 하던 판매생산계획(S&OP) 회의는 주 단위로 하면서 빠른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갔다. 판매 계획 적중률과 판매 및 공급 이행률 등을 핵심성과지표(KPI)로 관리하면서 계획과 생산이 일치하도록 채찍질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특히 공급단 ‘생산’ 영역의 이행률 등 KPI 지수 향상이 가시화되면서 제조 현장과 물류 현장의 차질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또 전지의 주요 전후 공정에 해당하는 셀 공정과 팩 공정간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적용해 수요와 공급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SCM 혁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소재 여러 임가공 제조 협력업체들과도 시스템 연계를 추진하고 어떠한 중간 제조를 외부 기업의 공장에서 거치더라도 마치 하나의 공장에서 제조되듯 계획부터 생산까지 일치해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활용도 높은 SCM 시스템 구성…PDA로 바코드 인식=프로세스 혁신을 가속하면서 SCM 시스템 개선도 병행했다. 사용률이 낮은 시스템의 원인을 파악해 새로운 5대 비전 및 프로세스에 맞게 개선하고 없던 모듈은 새로 구축했다. 국산 SCM 시스템 업체 자이오넥스의 솔루션을 적용해 계획 관련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더욱 정확하고 편의성 높은 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했다.

삼성SDI는 올해까지 해외 법인과 공장 등에 모두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 눈에 볼 수 있는 글로벌 SCM 수준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 부장은 “시스템은 성능보다 모두가 사용하도록 하고 구축 후 운영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사용하지 않으면 프로세스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용하는 시스템’ 관점에서 5번째 비전인 ‘실물정보 일캄는 주요 현안 중 하나였다. 실제 재고량과 시스템 내 재고 데이터가 동일하고 어떤 곳에 있는 재고도 모두 시스템으로 관리해 즉시 의사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선 모든 정보가 시스템에 입력돼 있어야 했다. 삼성SDI는 바코드 방식 자재 입고방식을 선택했다.

기존에는 수작업으로 자재 입고를 기입하고 이를 취합해 합산했지만 이제는 PDA로 바코드를 읽기만 해도 입고 정보가 즉시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등록된다.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 시스템에 들어가 정보를 확인하고 창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스템 정확도와 정보 입력 수준을 높여 올 가을부터는 시스템으로 모든 정보를 확인하면서 매주 판매 및 생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계획이다. 시스템 기반 S&OP 회의체제를 본격화하고 이어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 ERP를 구축해 전사 공통의 기준으로 모든 자원을 통합 관리한다는 생각이다. 장기적으로 협력업체 및 고객들과의 시스템 연계도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