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비즈니스 테크놀로지에서 업무 책임자와 CIO의 벽은 없어야

[취재수첩]비즈니스 테크놀로지에서 업무 책임자와 CIO의 벽은 없어야

미국의 IT전문지 인포메이션위크는 해마다 글로벌 최고정보책임자(CIO) 10인을 선정한다. 2년 전에는 당시 LG전자 CIO였던 김태극 LG CNS 전무가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선정된 글로벌 CIO 10명 중 포드자동차의 CIO인 닉 스미서가 눈에 띈다.

닉 스미서 CIO를 올해의 CIO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한 이유는 글로벌 제품 개발 환경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오는 12월께 독일과 미국에서 동일한 개발 및 조립라인을 오픈한다. 포드의 진정한 첫 글로벌 자동차 설계 환경으로, 동일한 공장 설계를 통해 동일한 차를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닉 스미서 CIO와 그가 이끄는 IT팀이 구현한 데이터 공유 및 협업 플랫폼 없이는 구현될 수 없었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닉 스미서는 평소 IT인력들에게 현업과의 긴밀한 관계 조성을 강조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포드의 IT인력들은 글로벌 자동차 개발을 위한 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현하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외에 신차 기능 개발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포드는 자동차에서 스마트폰, 음악 플레이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연동하는 동기화 서비스 ‘싱크’를 구현했는데 이는 제품개발팀과 IT팀이 함께 개발한 것이다. 닉 스미서 CIO는 자동차 각 부문 개발팀에 IT인력을 배치했고, 기능별로 자동차 개발 인력과 IT인력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도록 했다. 이 때문에 엔터테인먼트와 전자제어 등 IT 요소가 요구되는 신차 기능 개발을 곧바로 지원할 수 있다.

본인이 자동차 개발자 출신이기에 CIO와 연구소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일까.

기업은 현업과 IT의 간극을 줄이고 현업의 요구를 IT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현업 출신 CIO를 임명하곤 한다. 그럼에도 제조기업의 핵심 업무 시스템인 재무회계(ERP), 공급망(SC), 제품연구개발(PLM/PDM)에는 CIO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여전히 IT는 IT만의 담을 쌓고 있으며 연구소는 성역에 가깝다. 특히 하이테크 제조기업일수록 연구소의 유리벽은 견고하다.

하지만 기업 핵심 업무는 IT 지원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 또 고가의 패키지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는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분야의 특징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와 테크놀로지가 만난 분야인 만큼 조직에서도 CIO와 공급망 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제품개발 디렉터의 연대가 필요하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