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역대 글로벌 톱10 첫 진입

삼성전자가 분기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5조원(연결 기준) 시대를 열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 20조원 달성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10조원(10조9200억원) 시대에 진입한 데 이어 단 1년 만에 사상 처음 영업이익 20조원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획기적인 일이다. 영업이익 20조원은 글로벌 톱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과 비교해도 눈부신 성과다.

매일경제신문이 8일 대신증권에 의뢰해 글로벌 톱 기업 역대 최대 영업실적을 분석해 본 결과 올해 삼성전자가 20조원을 달성한다면 영업이익 역대 최고치 기준으로 세계 8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역대 최대치를 기준으로 사상 처음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역대 최고치 기준 세계 1위는 GE가 차지했다. 이 회사는 2007년 영업이익 255억6500만달러로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2008년 영업이익 224억9200만달러를 기록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GE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2007년 199억3400만달러를 기록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요타는 그러나 최근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리콜 사태 충격으로 매출과 이익이 급감해 올해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지난해 197억8400만달러를 올려 도요타와 근소한 차이로 4위에 랭크됐다. 미국 제1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존은 지난해 영업이익 194억480만달러를 올려 마지막으로 톱5에 진입했다.

PC회사에서 컨설팅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IBM과 존슨앤드존슨은 각각 170억1500만달러(2009년), 167억7600만달러(2009년)로 6~7위권을 형성했다.

존슨앤드존슨에 이어 8위에 랭크된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한다면 미국 달러화 기준(달러당 1211원)으로 165억1500만달러가 된다.

HP, 오라클, 코카콜라 등 전통의 글로벌 초대형 기업은 물론 최근 세계 IT의 중심으로 떠오른 구글조차도 삼성전자에 못 미친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만을 기준으로 할 때도 삼성전자는 톱10에 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화이자 영업이익이 올해 260억4200만달러로 예상돼 GE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에서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기업에 등극할 전망이다.

MS와 IBM은 올해 각각 235억1600만달러, 192억6200만달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버라이존(188억8000만달러) 존슨앤드존슨(175억8900만달러) 애플(173억9900만달러) GE(166억7200만달러) 삼성전자(165억1500만달러) 인텔(152억300만달러) HP(142억7700만달러) 순이다.

이 가운데 애플은 스마트폰과 PC 사업만으로 GE와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가공할 성장세를 이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톱10 반열에 오르는 건 의미가 크다"면서도 "반도체 휴대전화 LCD TV 등 기존 제조업 분야만으로는 추가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작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원석 NH증권 연구위원은 "무리하게 애플과 MS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트렌드에 대한 창조적 대응력을 키우는 작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당시 시가총액과 비교해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매우 낮다. 예컨대 GE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던 2007년 말 시가총액이 3746억달러에 달한다. 도요타와 애플은 각각 2513억달러(2007년 말), 1910억달러(지난해 말)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942억달러에 머물러 있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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