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투` 기업으로 미래 없다

삼성전자가 올 2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IT 혁신기업의 대표주자인 애플에 비교하면 여전히 `미투(me-too)`전략을 쓰는 수동적인 기업에 불과하다고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자 렉스칼럼에서 "삼성전자는 매출에서 HP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IT기업이 됐고, 상위 19개의 일본 전업체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올린다"면서 "하지만 이는 반도체 분야의 탁월한 성과 덕분이고 사업의 또다른 한 축인 핸드폰, LCD 등 패널, 가전 등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그저그런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FT는 "삼성전자가 혁신보다는 스피드에 치중한 사업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5년전만해도 58%에 이르던 영업 및 마케팅 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현재는 48%로 떨어졌다"면서 "반면 훨씬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애플은 같은 기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혁신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단순히 반응하는데 `미투` 특성을 같고 있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서 "애플이 시가총액이 2260억달러로 삼성전자의 2.5배에 달한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아사히신문도 "한국이 기초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이를 응용하는데 더 집중해 빠르게 변하는 IT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액정TV, 패널, D램, 휴대폰 등 첨단분야에서 일본 각 대학이나 연구소의 기초기술을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응용한 사례를 제시하며 "기초 보다 응용에 집중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첨단 IT분야는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이미 추월한 분야들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삼성전자 등 한국 IT기업들의 경쟁력 비결을 `가리모노(차용물) 경주`라고 표현해 주목을 끌었다. 후카가와 교수는 "소재, 부품, 기술 등을 글로벌 시장에서 빌려와 이를 응용해서 제품으로 내놓는 방식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독자적인 제품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쿄 = 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 / 서울 =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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