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시설이 문제가 아닙니다. 수업에 활용할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활용하려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IT교육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응용 프로그램을 익혀 급수를 높이거나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IT를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개발돼야 합니다.”
최근 청와대의 손님맞이 공간인 연풍문 회의실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정보 교사들이 모여 갑론을박 토론을 벌였다.
오해석 IT특보가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의뢰해 일선 IT 전담 교사를 청와대로 부른 것.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수렴해 관련 정책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제주도와 강원도를 비롯해 16개 광역단체를 각각 대표해 참석한 교사들은 20년 전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때부터 IT교육을 맡아왔던 1세대부터 대학을 갓 졸업한 신세대 교사까지 다양했다. 교사들은 “IT교육에 활용할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고 커리큘럼이 체계화돼 있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례로 최근 일선 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한 IPTV의 경우, 동영상 콘텐츠가 종류와 내용별로 구분돼 있거나 검색도 되지 않아 수업에 사용할 1~2분짜리 동영상을 찾느라 한 두 시간짜리 동영상 전체를 리뷰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아이스크림·꿀맛닷컴·사이버가정학습 등 여러 종류의 인터넷서비스에 흩어져 있는 콘텐츠를 DB화해 빠르게 접근하고 학부모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윈도 운용체계(OS)에 기반한 기기와 응용 소프트웨어는 비용도 비싸고 수명도 짧은 만큼 리눅스 등 공개소프트웨어로 가자는 주장도 나왔다.
강원도 대표로 참석한 홍천군 김미영 오안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IT 활용 수준이나 기대치는 정부나 교육청이 마련한 것보다 훨씬 높다”면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오려면 기초 교육과 함께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오해석 IT특보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격려하고 “더 창의적이고 체계적인 ICT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해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