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통(疏通)’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주 청와대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집권 하반기 국정을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중 하나로 소통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이 단어를 썼다.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고 ‘국민소통비서관’이라는 낯선 자리도 만들었다. 근데 또 이 얘기다.
도대체 소통이 뭔가.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50%가 넘는 국정지지율을 기록하며 자신감에 차 있던 이 대통령이 이번 6·2지방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소통이라는 카드를 다시 내세우고 조직을 대대적으로 보강한 걸 보면, 정말 국민들의 생각이 못내 궁금한 듯 하다.
11조가 넘는 돈을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쏟아 부었고,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청년 일자리도 마련했다. 미소 금융, 든든 학자금 같은 친서민 정책도 펼쳤다. ‘월화수목금금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는데 인터넷에는 온통 ‘불통(不通) 정권’으로 매도돼 있다.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궁금함을 넘어 못내 섭섭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중국을 대표하는 고대 사상가 장자는 2300년전에 이미 “소통은 나를 변화시킨다”는 큰 가르침을 후세에 남겼다. 제대로 된 소통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상대방이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자각 단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을 실행에 옮기며(실천 단계), 소통의 결과로 상대의 영향을 받아 내가 변하게 된다(변화 단계)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으면 절대 소통할 수 없다. 국민들이 무엇이 어렵고, 왜 아파하는 지, 심지어 무엇에 열광하는 지, 세세하게 보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한 여권 고위 인사는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 정권은 일 잘하는 것도 짜증난다는게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국회에서 발언한 적이 있다. 이같은 자조적인 반성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나를 비우고 국민을 받아들여 변화하는 장자의 소통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할 것 같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