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휴대폰 4년만에 적자 가능성

시간이 갈수록 LG전자 `휴대폰 적자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현실로 나타나면 4년 만의 영업적자로 기록된다. 회색빛 전망 여파로 LG전자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프라다폰`을 앞세워 터치스크린 휴대폰 시장을 주도했던 LG전자가 스마트폰 부진으로 순식간에 나락에 빠지자 많은 투자자들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9일 "레이저폰으로 순식간에 살아났다가 후속작 부진으로 다시 추락했던 모토롤라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 의식이 사내에 팽배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아직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2분기 휴대폰 부문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 위기 의식을 반영하듯 증권가에서도 잇달아 `적자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2분기 휴대폰 부문에서 대략 400억~10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설마 하던 투자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LG전자 휴대폰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와 삼성전자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프라다와 뷰티폰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며 새로운 휴대폰 강자로 자리잡는 듯했다. 특히 터치스크린폰 부문에서는 오히려 삼성전자에 앞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2008년 2분기에는 휴대폰 부문에서만 영업이익 5400억원을 내기도 했다. 당시 영업이익률은 20%에 육박했다. 이러던 LG전자가 왜 순식간에 추락한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LG전자가 한창 잘나가던 2008년은 애플이 아이폰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스마트폰 잠재력 등 휴대폰 트렌드를 인식하지 못하고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못했던 게 결정적 실패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LG전자는 이제서야 뒤늦게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성훈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LG전자는 지난 2분기 휴대폰 부문 연구개발(R&D) 인력을 스마트폰에 집중시키는 등 스마트폰 부문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이런 투자에 비해 매출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 2분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LG전자의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부진하다는 표현조차 어색할 만큼 그 존재감이 아주 미미하다.

그나마 아이폰3G가 시장에 본격 출시되기 전인 작년 가을까지는 괜찮았다. 지난해 2분기 6202억원, 3분기 4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두 자릿수 이익률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이폰3G가 새롭게 앱스토어를 장착하고 시장에 등장하자 무서운 속도로 기선을 제압당하고 말았다. 아이폰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이 1%대로 급락하더니 급기야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부랴부랴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어떤 결과가 이어질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때문인지 주가 측면에서도 아직 바닥을 확인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현재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3분기부터 스마트폰 점유율이 점차 개선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휴대폰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전체 실적 면에선 여전히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2분기 성수기에 들어선 에어컨을 비롯해 TVㆍ냉장고 등 가전 분야에서 3000억~4000억원 정도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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