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지식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전력산업 구조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이해당사자 간 충돌로 무산됐지만, KDI의 연구용역 결과나 정부가 생각하는 전력시장은 ‘경쟁을 통한 효율화’로 받아들여진다. KEPCO(한국전력)가 주장해 온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화’와는 상반된 결론이다.
발전부문의 경쟁을 확대하고 판매부문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전력시장 자유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전력시장 자유화는 높은 효율성과 더 많은 혁신과 인센티브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 국가는 1990년대에 구조개편과 시장 개방으로 전력산업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제도개선과 산업의 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자유화를 추진한 대부분의 국가가 판매경쟁을 도입,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했다. 특히 수직결합 기업의 차별행위가 문제되면서 발전·판매 분리는 물론 송전망·계통운영 분리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가 많아지면 경쟁이 활발하게 되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물론 기존의 독점체제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리스크는 없지 않지만 민간업체가 새로 시장에 진출하면 순식간에 점유율을 10~2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더라도 시장 기능을 하는 데는 문제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KEPCO도 이제는 재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율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전율이나 전기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력시장의 경쟁체제와 자유화를 위한 중요한 기초 체력이 다져진 셈이다. ‘혁신 전도사’ 김쌍수 KEPCO 사장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