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현 한자교육연구소장은 대학가에 잘 알려진 한자 분야 스타 강사다. 한국외대 동국대 숙명여대 등에서 학기마다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을 몰고 다닌다. 10여 년간 김 소장에게 생활한자 강의를 들은 대학생은 무려 수만 명.
`서당 훈장`답게 김 소장 휴대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심지어 문자메시지도 보낼 줄 모른다. 그런 그가 이달 초 애플 앱스토어에 `김시현의 생활한자사전`이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ㆍ이하 앱)을 올려 단번에 상위권(교육 카테고리 3위)을 차지했다.
스마트폰의 `ㅅ`자도 모르는 김 소장이 앱 출시를 결심한 건 올해 2월. 제자들에게서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 달라는 권유를 받고 실행에 옮겼다. 김 소장은 지인들을 통해 앱 개발업체를 소개받았다.
업체와 상담한 끝에 핵심 한자 2300자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한자사전과 2~5급 한자자격시험 준비서 등 김 소장 저서들을 5개 앱에 나눠 담기로 했다. 견적을 뽑아 보니 앱 개발비용이 4000만원대. 최고급 승용차 1대 값이었다.
한자사전 앱 개발을 맡은 이지만 아톰그룹 모바일본부장(블링크팩토리 대표)은 "앱 기획에 2주일, 디자인 작업에 한 달, 개발에 두 달 정도 소요됐고 최근 앱 신청이 몰리면서 심사가 지연된 관계로 앱스토어 등록에만 열흘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앱 도전기는 이제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한자자격시험용 유료 앱 4개(각 2.99~4.99달러)가 이달 중순 출시될 예정이다. 앱 매출 중 70%는 본인이 가져간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그야말로 앱 개발 홍수 시대다. 모바일 앱 개발은 더 이상 전문가 영역이 아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비롯해 학원 강사, 홈쇼핑 운영자, 레스토랑 사장 등 개인사업자들도 앱 출시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앱 개발자인 양수열 인피언컨설팅 연구소장은 "석 달 전에 비해 앱 개발 수요가 3배 정도 증가했다"며 "급증하는 앱 수요에 편승해 앱 개발업체와 1인 개발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1사 1홈페이지` 운동이 벌어진 것처럼 `1사 1앱`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앱 만드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나
= 앱을 1개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양수열 소장은 "개인 개발자에게 의뢰하면 1000만~2000만원 정도 들고 중견 개발업체에 맡기면 3000만~4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는 "요즘은 500만원에 앱을 제작해주는 개인 개발자도 있다"며 "난이도나 콘텐츠 분량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고 말했다.
게임 형태 앱이나 증강현실, 3D 등이 가미되면 비용이 껑충 뛴다. 금융회사 앱처럼 정교함이 요구되거나 개발기간이 긴 앱도 가격이 높은 편이다. 앱 1개 만드는 데 1억원을 훌쩍 넘을 때도 있다.
요즘에는 앱 개발 대행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기업으로 업계에선 앱 개발 대행사가 수백 개는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 업체는 앱 기획과 제작은 물론이고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 앱을 등록하는 절차까지 대행해준다. 이 중에는 기획력이나 기술력으로 이름을 날려 유명세를 타는 업체도 있다. 드림위즈는 일찍부터 앱 개발에 뛰어들어 국내 주요 언론사 앱을 제작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간단한 앱을 제작하려면 아르바이트로 앱 개발을 대행하는 개인 개발자에게 의뢰할 수도 있다. 아이폰 사용자 포럼이나 안드로이드펍 같은 유명 포럼 게시판에는 앱 개발을 대신해줄 개인 개발자를 찾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앱 하나를 만드는 데는 앱스토어 등록기간을 제외하고 대개 한두 달 정도 걸린다. 간단하게 카탈로그를 만드는 수준이면 검수기간까지 4주 만에도 가능하다.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조만간 앱을 자동으로 개발해주는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즈니스용 앱 늘어날 것
=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까지 앱이 재미 요소에 좀 더 치우쳐 있었다면 앞으로는 비즈니스용 앱이 더욱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앱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첫 배경으로 스마트폰 급성장을 꼽는다. 앱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폰이 올해 상반기까지 230만대가량 팔렸다. 올해 말까지 400만~5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앱 출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앱을 만들어 이득을 보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한 비용만큼 수익을 못 내거나 기대했던 마케팅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앱 출시를 통해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사전 기획단계에서 실효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화면 크기만 줄여 앱으로 전환하려는 접근 방법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앱보다 모바일 웹으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김용섭 넥슨모바일 실장은 "기업이 앱으로 큰돈을 벌겠다고 뛰어드는 건 주의해야 한다"며 "특별한 차별점이 없으면 앱은 그냥 묻힐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eastern0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wooksoon]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