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글로벌 시장은 캐논·니콘·소니 등 일본 업체가 장악해왔다. 기기 특성상 정밀한 기술과 세밀한 가공이 필수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 렌즈 제작 역시 일본·유럽 업체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눈높이는 제조사도 확인하지 못한 버그를 잡아낼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변변한 제조업체가 없어 항상 변방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 변화의 시작은 삼성이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개발·생산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1979년 미놀타와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 카메라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에는 디지털카메라 ‘GX-1’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으며, 2001년 들어 200만 화소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는 등 진보를 거듭해왔다. 지난해부터 삼성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4㎜ 광학렌즈를 장착한 ‘WB500’에 이어 ‘한효주 디카’로 잘 알려진 ‘ST550’이 대박을 터트린 것. 카메라 앞과 뒤 양면에 LCD를 장착한 이 제품은 전 세계에 1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올해 삼성은 한 단계 높은 과제에 도전했다. 미러리스 카메라인 ‘NX10’을 세계 시장에 내놨다. 현재 NX10은 전량 창원공장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서 하루 1000대, 월 2만5000대가량의 NX10이 쏟아져 나온다. ‘EX1’과 같은 프리미엄급 콤팩트 카메라도 창원에서 제작한다. 중국 톈진 공장에서는 보급형 콤팩트 카메라를, SEDA 공장에서는 브라질 내수용 제품을 만든다.
김현준 삼성전자 상무는 “NX10을 제작하기 위해 카메라에 탑재되는 이미지 센서와 마운트, 교환 렌즈를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개발한 이미지 센서는 APS-C 규격을 채택했다. 이는 일반 DSLR 카메라에 장착되는 것과 같은 크기로, 올림푸스·파나소닉의 미러리스 카메라에 들어가는 센서보다 크다. 렌즈와 카메라 본체를 접합하는 부위인 마운트도 삼성 독자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비구면 렌즈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려면 렌즈가 필수 요건이기 때문. 비구면 렌즈는 구면 렌즈에 비해 상의 왜곡을 줄여준다. 기계로 한 번에 렌즈 24장을 찍어낼 수 있는 기술로 비구면 렌즈를 양산한다. 2006년 동시에 석 장을 만들었던 것에 비해 크게 진보했다. 이처럼 삼성이 비구면 렌즈를 제작한 지는 6~7년 정도. 이제 일본 호야의 40년 역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손영택 제조팀 상무는 “이미 콤팩트 카메라에 탑재되는 비구면 렌즈는 독자 기술로 제작한다”며 “교환렌즈와 대형렌즈에 들어가는 비구면 렌즈 기술 확보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구면렌즈에 수지를 도포해 만드는 일명 ‘하이브리드 렌즈’도 현재 개발하고 있다. 강건모 개발팀 상무는 “일부 렌즈는 부르는 게 값”이라며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도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정교하면서도 효율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조립공정을 ‘셀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방식은 근로자들이 일렬로 앉아 차례대로 조립하는 ‘컨베이어 벨트 방식’보다 인력 운용이 효율적이다. 또한 근로자가 전 조립 과정을 익혀야 하므로 작업 전반의 이해도도 크게 요구된다. 이는 단순 작업만 반복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불량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삼성 측의 평가다. 아울러 생산 전 과정에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불필요한 과정도 줄어들었다. 렌즈 해상도를 측정하는 MTF 장치나 금형생산관리 시스템 등은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삼성은 올해 NX 시리즈를 전 세계에서 30만대 정도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창원공장의 생산능력도 기존 대비 3.5배 이상 높일 예정이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