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Mirrorless)’야, ‘하이브리드’야.
신개념 디지털카메라의 명칭을 두고 업계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어떤 호칭을 붙이는지에 따라 제품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한 것은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다. 사전적 의미로 ‘변종’이란 뜻을 지닌 하이브리드는 자동차·정보기술(IT) 기기 등에 사용되면서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콤팩트 카메라보다 좋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 DSLR 카메라보다 휴대성이 좋다는 신개념 카메라의 특징을 녹여낼 수 있는 호칭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
특히 마케팅에 공을 들인 쪽이 올림푸스다. 지난해 ‘펜’을 출시하면서 올림푸스는 하이브리드 카메라라는 이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디자인도 과거 올림푸스의 필름카메라와 유사하게 제작됐다. 이는 복고와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자연스레 결합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한동안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정식 명칭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초 미러리스 카메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DSLR가 ‘Digital Single Lens Replex’의 약자인 것처럼 신개념 카메라도 기술적인 특징에 근거해 명칭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 본체 내부에 반사경을 없앴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만큼 미러리스라는 명칭이 부각을 받게 됐다. 기존 DSLR 생산업체들도 이에 동참했다. 처음 ‘NX10’을 출시하면서 신개념 카메라로 불렀던 삼성전자 역시 얼마 전부터 미러리스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소니 또한 지난달 ‘NEX’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신제품을 미러리스 카메라로 설명했다.
이처럼 명칭은 미러리스 카메라로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점유율 산정을 놓고 업체 간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 미러리스 진영은 DSLR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포함시켜 계산한다. 제품 가격대로 볼 때도 DSLR와 같은 카테고리로 묶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이는 콤팩트 카메라의 매출이 DSLR보다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 판매 대수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전체 카메라 시장에서 1%의 점유율이라도 DSLR로 분류하면 점유율이 10% 이상 훌쩍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판매 대수와 매출액 면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증명하려면 콤팩트 카메라보다 DSLR에 포함시켜 계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미러리스 진영의 속내다.
반면에 캐논·니콘 등은 탐탁치 않다는 반응이다. 기술적으로 미러리스는 DSLR로 볼 수 없기 때문에 DSLR와 동일한 분야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