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다소 주춤했던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고객들은 주머니 속 깊숙이 숨겨뒀던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1위 캐논, 2위 니콘이라는 공고한 선두그룹에 균열을 내려는 업체들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일부는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시선 끌기에 나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방수 카메라와 같은 아이디어 상품이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선두 업체들은 풀HD 동영상 촬영 기능 등으로 무장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자리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온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선택 폭도 더욱 넓어졌다.
◇상반기 돌풍의 핵 ‘미러리스 카메라’=상반기 카메라 시장에 돌풍을 몰고 온 주력군은 역시 미러리스 카메라다. 하이브리드 카메라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명칭 그대로 기기 본체 내부에 반사경을 없앤 제품이다. 이로써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크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파나소닉이 2008년 말 포문을 연 미러리스 진영은 올림푸스가 지난해 하반기 ‘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불을 붙였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NX10’을 내세워 미러리스 카메라의 대중화를 선언했고, 소니도 이에 질세라 6월 ‘넥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이 진영에 가세했다. 이로써 기존 DSLR와 콤팩트 카메라로 양분됐던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고객 반응도 좋다. 올림푸스 펜과 파나소닉 ‘G’ 시리즈, 소니의 넥스까지 초기 국내 고객을 위한 예약 판매 물량은 모두 매진 행렬을 이뤘다. 삼성 NX10은 출시 두 달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인기가 이어지자 지난해 말까지 미미한 수치를 보였던 미러리스 카메라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10배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러리스 카메라 매출 비중이 국내 전체 카메라 시장의 4%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콤팩트 카메라에서 부동의 1위지만 DSLR 등 고가 제품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삼성전자도 탄력을 받았다. 박상진 사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30만대를 팔아 한국 카메라 기술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늦게 시장에 합류한 소니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일본 내 DSLR 시장 점유율 5~8%로 고전했던 소니는 넥스를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26%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초기 시선 잡기에 성공한 소니는 국내에서도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려 연내 2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처음 미러리스 시장을 개척한 올림푸스와 파나소닉도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영향력을 넓혀나가겠다는 기세다.
◇DSLR 시장도 기대 이상=올해 초 업계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성공이 DSLR 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이 100만원 내외로 형성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은 보급형 DSLR의 가격대와 겹치기 때문. 미러리스 카메라는 고급 화질을 구현하면서도 휴대가 편리하다는 점을 무기로 DSLR 시장 잠식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의 전망과 달리 캐논·니콘의 상반기 실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환 캐논코리아 사장은 “미러리스 카메라의 등장이 DSLR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EOS 550D’ 등이 인기를 얻으며 외려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니콘 역시 보급형 DSLR인 ‘D5000’이 꾸준히 판매됐다. 경기 회복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에서는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미러리스가 DSLR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틈새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지훈 소니코리아 팀장은 “미러리스가 DSLR 시장을 잠식하기보다 전체 카메라 시장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까=삼성전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는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으나 올해는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미러리스 카메라는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기능성 제품이 나오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야외활동 인구의 증가로 생활 방수 기능을 지원하는 방수카메라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산요의 방수 캠코더를 비롯해 올림푸스·산요 등에서도 경쟁적으로 방수 카메라를 출시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관계자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폭을 넓혔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나, 아직 렌즈군이 다양하지 않다는 단점을 지녔다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카메라 사용자층에게 미러리스라는 제품에 확실한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수 등 특별한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도 당분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카메라 시장 전망 (단위:천대·%)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