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설립된 이래로 국가 에너지·온실가스 절감에 기여해 온 에너지관리공단이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30년 동안 산업계는 물론 수송·건물 분야 등의 에너지관리는 물론 온실가스 저감으로 대변되는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 온 에너지관리공단은 명실상부한 국내 제일의 에너지·온실가스 관리 기관으로 성장했다.
특히 태양광·풍력·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효율적인 난방공급이 가능한 집단에너지, 에너지절약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시킨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등 신산업을 국내에 정착시키면서 에너지 관련 산업의 산파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 30년간의 성과에 만족하기에 앞서 다가올 미래를 위한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온실가스 관리 전문 기관으로 웅비하고 있는 공단의 지난 30년의 발자취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여다본다.
◇2차 오일쇼크와 함께 태어난 에너지관리공단=6차례에 걸쳐 총 338%의 유가인상을 야기했던 1차 석유파동이 지나 간지 몇 해 지나지도 않은 1979년, 우리나라는 또다시 2차 오일쇼크의 희생양이 돼야 했다. 유가는 무려 258%나 인상됐고 이로 인해 대외무역수지에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 고 인플레이션까지 겪어야 했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구조상 산업분야는 물론 국가 전 부문에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대두됐고 이로 인해 당시 동력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에너지소비절약을 촉진하기 위해 범국민적 에너지 소비절약 추진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나아가 법 제정 등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같은 해 기존의 열관리법을 확대 개편한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이 제정되면서 이때부터 효율적인 에너지관리를 위한 전문기관이 필요하게 됐고 1980년 7월 4일, 마침내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의 추진주체로서 에너지관리공단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의해 설립된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관리 교육 및 홍보, 에너지사용 기자재의 승인 및 검사를 시작으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시작된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업체의 공정개선 등 시설투자에 뛰어들었다.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것=공단이 걸어온 지난 30년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관리 및 관련 산업 분야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공단은 국내 전체 에너지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전력수요관리를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 기자재의 모니터링에 주력하면서 현행 전력수요관리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외 주요 에너지원인 가스·지역난방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의 ‘하고동저’, 가스·지역난방의 ‘동고하저’ 소비현상을 개선해 계절 간 편차가 큰 에너지원의 수급조절에도 기여해왔다.
산업계와 정부가 에너지절약 목표, 실천방법 등을 제시하고 협약을 체결해 에너지절감을 추진하는 자발적협약(VA)의 운영 또한 공단의 주요업무다. 공단은 VA를 통해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86개 사업장과 사업을 추진해 5년간 총 3조3000억원을 투자,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에너지를 절감했다. 수송부문과 건물에너지 절약 부문도 간과할 수 없다. 건물 에너지절약 시책의 일환으로 연간 전력사용량 1000만㎾h 이상인 84개 대형건물을 에너지다소비 건물로 분류해 1997년부터 이들 건물에 대해 에너지절약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에너지사용실태를 관리한 결과 5년 동안 393억원에 이르는 절약실적을 올렸다.
수송부문에서는 소비자에게 공인연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산차를 대상으로 연비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연비관리제도를 강화해 왔으며 중대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차의 보급을 위해 제도개선 및 홍보에 앞장서 왔다.
공단은 이와 함께 기후협약에 대응하기 위해 1998년에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기후변화협약대책반’을 신설해 △온실가스 배출·저감실적 통계체제 구축 △온실가스 감축조치 개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청정개발체제(CDM)사업에 대한 타당성 확인과 검증을 수행하는 CDM운영기구로 활약하고 있으며 모의 배출권거래제 등 기후변화 대응 기반을 조성했다.
에너지절약의 필요성과 인식을 강화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홍보사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공단은 1975년부터 매년 에너지절약촉진대회를 개최해 에너지 절약유공자를 포상해오고 있으며 녹색에너지가족(Green Energy Family)운동을 펼쳐 에너지절약분야에 시민단체·기업체 등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가전제품·산업 설비·기자재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다수 제품에 대한 효율 향상 사업을 추진해 온 것도 공단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시장보급률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1∼5등급으로 에너지 소비효율등급라벨을 부착토록 하고 최저효율기준 미달제품에 대한 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에너지 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와 최저효율제도를 시행해 왔다. 또 효율이 높은 기자재의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기준 이상 제품에 대해 인증해 주는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제도 또한 추진해 왔다.
무엇보다 공단은 에너지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산실로서 자리 잡았다.
태양에너지·바이오·풍력·소수력·지열·해양·폐기물에너지와 연료전지·석탄액화 가스화 및 수소에너지 등 모든 신재생에너지분야에 걸쳐 연구개발 및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센터를 운영하면서 관련 산업의 육성에 기여한 것은 공단의 자랑이라 할만하다.
에너지사용자가 에너지절약을 위해 기존의 에너지사용시설을 교체하거나 개선할 때 에너지절약전문기업이 참여해 기술·자금 등을 제공하고 투자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은 공단의 역할이 없었다면 오늘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공단은 집단에너지 사업의 도입 초기부터 국내 보급에 앞장서 왔으며 LED가 시장에 안착하는데도 기여했다.
◇세계최고의 에너지·온실가스 관리 기관으로=공단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함께 세계 최고의 에너지·온실가스관리 기관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주력사업인 에너지효율향상과 신재생에너지보급 활성화가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차세대 성장 동력의 중심업무로 부상하면서 공단의 역량 강화가 곧 녹색성장 비전을 달성하는 열쇠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감기반 강화 △에너지이용효율제고 △온실가스 감축체계 강화 △신재생에너지보급확대 △탁월한 경영 시스템 정착 등 5대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공단은 우선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수요관리의 전문기관으로써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력·가스·열 등 에너지원별 통합수요관리체계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 계획에 따라 에너지공급자 수요관리 부문에서 공단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에너지관리의 국가표준으로 에너지경영시스템(EMS)의 보급 활성화해 주력해 에너지효율향상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산업계 일선에서 온실가스 관리에 주력하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ESCO사업은 지난 20년간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에너지절약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목표다.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절감한다는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직접적인 에너지·온실가스 절감과 함께 국내 탄소시장의 육성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CDM 사업 부문의 기술 협력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CDM으로 인해 발생한 탄소배출권을 국제 탄소시장에서 활용해 공단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계획이다. 사내 배출권거래제·지자체 배출권거래제 등을 통해 앞으로 도입될 국가 배출권거래제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정부가 발급한 자발적 국내 배출권인 KCERs를 거래할 수 있는 탄소시장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정부로 집결된 KCERs를 해외시장과 연계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검증·인증 체계를 갖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및 감축량 인증제도를 구축하고 이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의 산업화 확대분야를 집중 지원해 관련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지자체와 매칭방식으로 지방보급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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