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사이에 목동 괴담이 자주 회자된다. KT 목동 사옥에서 협력사업을 하러 가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목동 사옥에서 협력을 논하고 나면 늘 손해를 본다는 게 중소기업의 볼멘소리다. KT ‘목동 참사’라는 말도, ‘하도급에 재도급 구조’ ‘로마병사의 채찍질과도 비교된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통신사업의 맏형 KT가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업계는 이렇게 평가했다. ‘매일 기획안을 만들어 가져다 바쳐야’ 하며, ‘의사결정까지 2~3개월은 기본’이라는 게 그간의 업계에 도는 소문의 실체였다. 그래서 KT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선언이 새롭다.
우선 이석채 KT 회장의 3불 선언을 환영한다. 이번 기회에 이른바 분당, 목동, 우면동 사옥에서의 그간 중소기업과의 협력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기를 기대한다. 우면동에 앱 개발자 작업공간이 갖춰지고, 목동 사옥에 협력업체들이 웃으며 상담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석채 회장은 “값 깎는 것을 대외적으로 안 하겠다” “최저가 입찰을 안 하겠다” “예가가 80% 미만인 것을 떨어뜨리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통신사업자 사이에서 이런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석채 회장의 말대로 “강한 기업은 얼마나 강한 협조자를 갖고 있는갚에 달렸다. 그간 KT는 강한 정부 밑에서 곱게 커왔다. 민영화된 이후 KT 내부에서 일부 변화가 감지됐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스마트 시대에는 스마트한 기업이 성장한다. ‘안방을 버리라’고 결정했으면 가장 먼저 ‘스마트하지 않은 것’을 버려야 한다.
KT는 분명 변하고 있지만 이석채 회장이 목표로 하는 60% 이상의 기업과 직원, 문화가 변하려면 아직 멀었다. 중소기업들은 “밥상을 차려놓고 이것저것 요구하면 벤처는 죽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