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떠오르는 中企·벤처]<16>브이피코리아

‘과거의 통계로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통계분석을 적극 활용해 왔다. 1년을 24절기로 나눠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거둬들여야 하는지 등을 정리했고, 태어난 연월일시 등을 따져 운명을 예측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복잡한 세상 이치를 궤로 풀어내는 주역도 결국은 통계분석이다.

브이피코리아(대표 전인기)는 소프트웨어로 이 같은 역할을 대신하는 통계분석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다. 지난 1999년 설립한 후 줄곧 ‘나만의 소프트웨어를 갖자’는 모토로 통계분석 SW를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전 사장이 창업 당시부터 꿔 온 꿈도 ‘남의 SW를 가져다 팔지 않고, 나만의 SW를 개발해 활용하는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말 첫선을 보인 웹 기반 통계분석 SW인 ‘네오타이드(NEOTIDE)’가 브이피코리아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네오타이드’는 서버에 설치, 인터넷을 통해 로그인하는 방식으로 사무실은 물론이고 집이나 외부에서도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통계분석 시스템에 특허를 출원, 지난 2007년 등록을 마쳤다. 이 제품은 지금도 브이피코리아를 대표하는 핵심 아이템이다.

브이피코리아는 이 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 26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45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네오타이드’를 발판으로 해 부가가치를 확장하는 형태의 SW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KCC와 진행한 품질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또 기계 고장이나 사람의 질환 등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통계적으로 분석, 사전에 예측·대응할 수 있게 하는 PHM(Preventive Health Monitoring) 사업도 신규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향후 5년간 총 80억원을 투입하는 지식경제부 과제도 따냈다. ‘감성품질의 신뢰성 예측 SW’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항공대학이 총괄 주관하고 브이피코리아, NVH코리아, 한국기계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등이 공동 참여한다.

브이피코리아는 이번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웹 기반 통계분석 시스템을 발판으로 ‘소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영역의 통계분석 SW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전 사장은 “예전에는 기기가 고장이 나야 버렸지만 지금은 싫증이 나면 버리는 등 감성품질이 제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덜거덕거리거나 미묘한 소음이 발생하는 등 모든 현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소음을 사전에 잡아내도록 설계하는 SW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이어 “세상은 통계적이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며 “실생활 적용이 늘고 있어 통계와 관련한 원천기술이 없으면 기술 종속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 세계 통계분석 SW 시장의 99%를 SAS, 미니탭, SPSS 등 2~3개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데,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를 ‘네오타이드’로 대체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