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의 개방성을 보호하는 규칙을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유럽의 새로운 전기통신 관련 규제기관인 유럽전자통신규제국(BEREC)도 인터넷 개방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일본도 지난 2006년 NTT가 제기한 무임승차론이 화제가 되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총무성이 원칙을 제시했다. 이들 나라는 각 나라의 통신법에 따라 망 이용의 자유는 극대화하면서도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의지를 높이기 위한 복안을 찾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가 율리우스 게나촙스키 FCC 위원장을 내세워 광대역통신망에 대한 정부의 규제 권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망 중립성의 확보로 망사용 비용을 낮춤으로써 통신 및 미디어산업의 경쟁 활성화를 이끌어낸 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업체 등 망 보유 업체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업자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가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켜 궁극적으로 관련 서비스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게나촙스키 FCC 위원장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10케이블 TV쇼’의 연사로 나서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한 규제 강화는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을 뿐 애플이나 구글 등 망 중립성을 옹호하는 업체를 도와 줄 의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특정 업체에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없고 구글 등의 또 다른 경쟁력 있는 업체의 탄생을 위해선 망 중립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연방항소법원은 FCC가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에 대해 망 중립성을 요구할 규제당국으로서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컴캐스트는 지난 2008년 과다한 트래픽을 일으킨 P2P업체인 비트토런트의 전송속도를 늦췄고 FCC는 이를 망 중립성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FCC는 지난 5월 연방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규제 권한회복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망 중립성 논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망 중립성 논쟁의 결론은 우리 통신업계에 대한 규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란 점에서 결론에 관심이 계속 쏠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통신 사업자의 도매 시장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통신 규제 체제에서는 망 중립성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EC는 지난해 11월 5대 통신 규제 지침을 수정 보완해 발표했고 지난 4월 닐리 크뢰스 EC 부의장 겸 디지털어젠다 위원은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한 더 이상의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EC는 연내 세부 이슈를 검토 EU 장관회의와 의회에 이를 보고한다.
일본은 총무성이 2006년 네트워크 이용의 공평성과 인프라 증강을 위한 공평한 비용부담이라는 균형적인 시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P2P업체 ‘위니’의 트래픽 차단을 ‘프라라네트웍스’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일부 서비스에 대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일부 트래픽 제한 등은 허용하고 있다.
선진국 망 중립성 정책 및 규제 동향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