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과학기술, 예전만 못해” 과기 원로 쓴소리

변재일 교과위 위원장이 과기계 원로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변재일 교과위 위원장이 과기계 원로들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부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 수십 년간 정책 수립과 연구개발(R&D) 등에 몸담았던 과기계 원로들이 정부의 과기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R&D 예산이 늘어났지만 부처가 통폐합되면서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됐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국회 변재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원로과학기술인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예산 배분 문제, 과학기술관련법의 정치적 악용, 컨트롤타워 부재, 인력 양성 등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R&D 예산의 효율적 배분과 관련해 채영복 경기바이오센터 이사장은 “지역이 주체가 돼 R&D를 진행해야 하지만 경기도는 정부가 쓰는 돈을 매칭하느라 바쁘다”며 “지역의 의도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도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는 중앙집권식 과학기술 정책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광화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국가 예산의 25% 미만을 쓰는 출연연만 대상으로 발전방안을 만드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국가 R&D 예산이 계속 증가해 이제 힘의 논리가 과학기술의 논리를 넘어선데다 이렇게 많은 부처가 R&D에 관여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의적 인재 확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조무제 울산과기대 총장은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하는 과학자가 줄고 있는데 국내 학위와 해외 학위를 대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국내 최고 우수 영재들이 이공계를 지원해야 수준높은 기초원천기술이 연구되고 미래 신성장동력이 창출되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단적으로 18대 국회에서 어느 정당에서도 비례대표에 과학기술인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현재의 위상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학기술 관련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어김없이 나왔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과학벨트법도 그렇지만 포스텍의 경우 가속기법이 너무 뒤로 밀려 있다”며 “세계가 가속기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시간을 다투는 과제들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일 위원장은 과기계 원로의 의견에 대해 “R&D 예산의 배분 문제는 국회 예산처에 검토를 요청했으며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상태”라며 “컨트롤타워는 필요하지만 일단 정권이 한 번 바뀌면 다시 바꾸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