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내비게이션에도 3D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이후 하나둘씩 출시되기 시작한 3D 내비게이션은 초창기에는 가격부담 탓에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이후 팅크웨어·엠앤소프트·파인디지털 등 내비게이션 선두업체가 경쟁적으로 3D 제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올해는 전체 내비게이션 시장의 30% 이상이 3D 제품일 정도로 관련 시장이 확대됐다. 업체들은 저마다 자사 제품의 특징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마음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원효로에 위치한 엠앤소프트 사옥 주차장. 직원들이 도로정보 수집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설치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SUV를 개조한 도로정보 수집차량에는 GPS수신기, 넉 대의 카메라, PC 등의 장비가 탑재된다. 개조차량의 가격은 대략 1억원에 달한다. 차량 전방의 모든 정보를 영상에 담을 수 있게 설치된 넉 대의 카메라 가격만 1000만원을 넘는다. GPS수신기는 고도값까지 저장한다. 2D 내비게이션은 고도를 표시할 필요가 없었지만 3D에서는 고도가 꼭 필요한 데이터다. 도로와 건물의 높낮이를 제대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엠앤소프트는 총 36대의 수집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차량은 매일 전국 곳곳을 누비며 도로 정보를 영상과 사진 형태로 담는다.
이 회사가 최근 내세우는 주력 기술은 버추얼 맵. 버추얼 맵이란 특정 지역을 실제 모습과 최대한 유사하게 제작한 그래픽이다. 운전자가 엠앤소프트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SW)인 ‘맵피’와 ‘지니’가 탑재된 3D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면 화면에 보이는 모습이 실제 운행하는 지역과 비슷하게 구현된다.
민두홍 DB개발실 DT팀 주임은 “현실과 완전히 똑같게 보이지는 않지만 운전자가 참고하기에 가장 좋은 형태의 그래픽이 구현되는 것이 바로 버추얼 맵”이라고 설명했다.
장비 설치를 마치고 차량 운행을 시작하자 조수석 앞의 모니터에 영상이 나타난다. 차량 위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보내온 영상이다. 도로 전면과 측면 정보가 모두 담겨 있다. 동시에 민 주임의 눈도 바빠졌다. 차량 전면 유리에 부착한 두 대의 내비게이션과 모니터를 번갈아 보면서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울 같은 대도시는 도로 정보의 변경이 잦은 편입니다. 좌회전만 할 수 있는 1차선이 좌회전과 직진이 모두 가능한 차선으로 달라질 때도 있고요. 이럴 때는 바로 변경된 정보를 입력해야 합니다.”
민 주임은 모니터에 나타난 도로 정보에 변경된 내용을 입력한다. 이렇게 변경된 정보는 업데이트에 반영된다.
차량이 남대문경찰서 앞을 지나자 내비게이션 창이 실감나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바로 버추얼 맵. “중앙 분리대와 건물들을 비교해보세요. 똑같이 보이지요.”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비게이션 창에 나타난 모습이 거의 유사했다. 건물 벽돌 모양과 색깔, 높낮이까지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 구현됐다. 가로수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주요 교차로를 중심으로 버추얼 맵을 구축하고 있는 중입니다. 버추얼 맵을 통해 운전자는 자신이 지나고 있는 지역의 정보를 상세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 수집차량에서 취득한 영상과 각종 데이터는 차량 뒤편에 설치된 PC에 저장된다. 이후 데이터베이스(DB) 개발실로 옮겨진다.
엠앤소프트에는 3D 관련 DB를 다루는 직원만 모두 26명이다. 이외 외주 제작 인원들도 DB 가공에 참여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모델링이라는 작업. 수집된 정보를 그래픽으로 변환하기 전, 높낮이와 위치를 정확하게 입력하고 처리하는 업무다. 차선·교각·가로등 등 세밀한 정보까지 오차 없이 확인하고 입력해야 한다. 도로는 빨강, 가로수와 교통시설물은 녹색 등으로 DB화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모든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놓여 있다. 영상과 모델링 결과물을 함께 비교하기 위해서다. 홍석범 주임은 “2D와 비교해 3배 이상의 시간이 든다”며 “현실과 최대한 동일하게 구축하는 게 목표지만 DB 용량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 게 3D 내비게이션의 또 다른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 주임은 “특히 우리나라 도로 여건은 다른 나라보다 복잡해서 손이 더 많이 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모델링된 DB는 디자인팀으로 넘겨진다. 디자인팀은 버추얼 맵 제작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 그래픽이 운전자의 눈에 실제처럼 보이도록 제작하는 일은 이들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하기 위해 이들은 수차례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정보 수집차량에서 얻은 DB에 그림을 입히기 위해서다. 버추얼 맵을 제작하려는 지역에 나가 반경 500m 내의 보이는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는다. 차선정보·건물·바닥까지 촬영하며, 건물 높낮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지역 내 높은 건물에 올라가 전경도 찍는다. 때로는 통제구역까지 들어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승모 주임은 “3D는 2D와 달리 전부 새로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엠앤소프트는 수도권과 6대 광역시의 주요 교차로를 버추얼 맵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엠앤소프트의 3D 내비게이션 사용자는 서울역·강남역 주변 등을 지날 때 버추얼 맵을 확인할 수 있다. 천규성 과장은 “아직 많은 지역을 서비스하진 못하지만 최소 5년 후에는 전국 주요 지역을 버추얼 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