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에 2.0모델이 추가되면서 이름에 꼬리표가 붙었다. 새로 나온 2.0이 ‘3008 프레스티쥬(Prestigieux)’이고, 먼저 나온 1.6은 ‘3008 엑셀랑(Excellent)’이다. 이번에 시승한 프레스티쥬는 예상대로 지난번에 시승했던 1.6, 아니 엑셀랑이 남겼던 아쉬움들을 깔끔하게 걷어낸 모델이었다.
우선, 변속 거동이 부담스러웠던 엑셀랑의 자동제어식 수동변속기 ‘MCP’ 대신 일반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운전자를 가릴 가능성이 많은 MCP와 달리 푸조가 진작부터 써온 6단 자동변속기는 아주 무난한 물건이다. 게다가 찰떡궁합인 2.0 HDi 디젤 엔진과의 결합이니 주행성능은 타보기 전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110마력을 내는 엑셀랑의 1.6리터 디젤엔진도 3008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프레스티쥬의 2.0리터 디젤엔진이 밟는대로 시원스레 나가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 엔진은 출력이 163마력으로 높아졌고 낮은 회전대에서의 토크가 50%이상 향상돼, 이전에 푸조 차들을 통해 만났던 여느 2.0 디젤 엔진들보다도 힘이 좋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변속감이 3008 프레스티쥬에서는 더욱 반갑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달리고 싶다면 변속기의 스포츠모드나 수동조작모드를 활용하면 된다. 엑셀랑에 있었던 운전대 변속패들은 사라졌지만 차의 특성상 그리 아쉽지 않다.
하체는 탄탄한 유럽산 해치백의 느낌을 닮았다. 하지만 큰 요철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주니 승차감은 호감 형이다. 현가장치를 덜 단단하게 만들고도 빠른 코너링이나 차선 변경 때 안정감을 주는 비결은, 3008 중에서도 프레스티쥬에만 달린 ‘다이내믹 롤 컨트롤’ 시스템 덕분이다. 후륜 현가장치 사이에 제3의 댐퍼를 달아 차체가 좌우로 쏠리는 것을 줄여주는 이 장치는, 절묘한 현가장치 설정으로 칭찬받아온 푸조 차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008이 기반을 두고 있는 푸조 308패밀리에서 익히 경험한 바대로, 소음과 진동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시속 100㎞로 정속 주행하면 엔진회전수는 1900rpm정도. 엔진소음은 멀리서 들려오고 바람소리나 노면소음도 잘 억제돼 있다. 3008 엑셀랑은 1.6 디젤엔진과 MCP 변속기를 조합해 19.5㎞/L의 놀라운 연비를 달성했지만, 프레스티쥬는 배기량이 높아지고 변속기도 바뀐 탓에 당연히 연비가 떨어진다. 하지만 15.6㎞/L의 공인연비는 이 차급에서 상당한 수준.
외관은 엑셀랑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전방주차센서와 제논 헤드램프가 추가되면서 세부 모양이 바뀌었다. 코너링 때 회전하는 방향으로 전조등을 비춰주는 기능도 갖췄다.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한 장식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SUV보다는 다목적차량(MPV)에 가깝게 보인다.
어쨌든 운전석 위치는 일반 승용차에 비해 확실히 높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원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실내 공간도 널찍하고 실용적이다. 운전석은 전투기를 모티브로 해 독특한 분위기를 뽐내며, 뒷좌석은 적당히 경사진 등받이와 방석 덕분에 앉은 자세가 편하고 껑충한 느낌도 적다. 뒷좌석의 측면 햇빛가리개와 바닥 수납공간,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방감의 파노라마 유리 지붕은 패밀리카로서 활용도가 손? 없다.
3008의 꼼꼼한 만듦새를 확인할 수 있는 트렁크공간도 여전하다. 실내에 가죽마감이 적용된 것은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했을 때 반가운 변화다. 엑셀랑에 빠졌던 시트 열선과 운전석 전동 조절 기능도 들어갔다.
푸조 3008 프레스티쥬의 차 값은 4250만원으로, 엑셀랑보다 400만원 비싸다. 3000만원대와 4000만원대는 어감부터 다르지만, 이정도 차이라면 어느 쪽으로 수요가 몰릴지 대충 짐작이 간다.
※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http://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민병권기자 bkmin@rpm9.com
사진=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