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에 치러졌던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펠레와 점쟁이 문어 ‘파울’이 동시에 스페인의 승리를 점치면서 펠레가 승자로 예상만 하면 탈락하는 ‘펠레의 저주’와 점쟁이 문어의 신통력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결과는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나면서 ‘펠레의 저주’보다 문어의 예언이 더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의 수족관에 살고 있는 파울은 독일과 스페인의 4강전을 앞두고 스페인의 승리를 맞추면서 유명해졌다.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파울은 4강전 전까지 독일의 승리를 점쳐 들어맞았다. 때문에 파울이 혹시 독일의 국기만을 기억하고 그 속에 든 먹이를 먹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지만 4강전을 앞두고 파울은 독일이 아닌 스페인을 선택했고, 적중했다.
파울의 신통력은 어느 정도일까. 파울은 이번 월드컵에서 총 8번 예측한 결과 모두 맞춰서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승패의 확률이 2분의 1임을 감안할 때 8번 예측이 모두 일치할 확률은 2의 8승분의 1, 즉 256분의 1(0.39%)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문어는 무척추 동물 중에서 지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어의 뇌는 눈과 마찬가지로 몸통과 다리의 연결부에 있는데 크기는 작지만 그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미로 학습 실험을 한 결과에서 문어는 우수한 능력을 보였으며, 고등 동물에게서만 볼 수 있는 놀이행동도 관찰됐다.
비단 파울의 사례 외에도 동물들의 예지 능력은 오래 전부터 다양하게 알려져 왔다. 초음파를 감지하는 해파리의 경우 폭풍우를 미리 알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가 하면, 까치가 집을 낮은 곳에 짓는 해에는 큰 태풍이 닥친다는 속설이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은 붉은날다람쥐가 봄에 새끼를 두 번 낳으면 그 해 가을에 전나무가 풍작을 거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나무 열매가 바로 붉은날다람쥐의 먹이인데, 열매 생산량을 예측해 자신의 번식률을 조절하는 행동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붉은날다람쥐가 봄에 트는 전나무의 눈에서 풍작을 유도하는 어떤 호르몬의 농도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물의 예지능력이 100%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과학적 증거는 있다는 이야기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