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결제, 美서 통했네

"미국 버라이존 가입자 9200만명이 게임ㆍ음악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리콘밸리 벤처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려고 애쓰지만 다날처럼 고객사에 수수료 수익 중 85%를 배분할 수는 없어 포기했죠."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있는 다날 미국지사(빌투모바일)에서 만난 짐 그린웰 CEO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여는 `모바일 허리케인`이 휴대폰 소액결제(micro-payment) 시장에 폭발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이 2000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모바일 결제 기술이 미국 휴대폰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성공적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다날(회장 박성찬)은 지난 5월 말 미국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 현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 첫선을 보인 이 서비스는 초기부터 이용자가 수만 명을 넘었으며 두 달째인 이달 말에 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2위 이통사인 AT&T와 3위 이통사인 스프린트가 다날에 협력을 제의해 현재 네트워크 연동시험을 하고 있다.

다날은 세계 최대 게임사인 A업체와 스마트폰 제조사인 B업체와도 협상에 들어갔다. 이에 힘입어 다날은 올해 결제수수료 수익과 게임 수익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매출 1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추산한다.

휴대폰 소액 결제가 미국에서 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인 가운데 선불카드를 사서 게임이나 음악을 이용해 온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적극 애용하기 때문. 다날은 이미 중국 퍼펙트월드, 한국 넥슨, NHN 등 10여 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미국 내 경쟁사들과 달리 고객사와 이통사를 바로 연결해 파격적인 수수료 수익을 나눠주는 경쟁력도 갖췄다.

그린웰 CEO는 "다날 미국지사가 8년 후 3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3억명인 미국에서 올해 온라인 게임과 음악시장 규모가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결제시장도 덩달아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모바일 결제시장을 밝게 해준다. 지사에 근무하는 정훈진 부사장은 "미국 내 아이폰 이용자 1300만명이 적극적인 모바일 결제 사용자가 될 수 있다"며 "웹이 아닌 휴대폰 기기에서 결제를 신청하는 시장도 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결제가 신문 등 올드미디어에도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다날 측은 예상한다. 새로운 디바이스에서 뉴스콘텐츠는 유료화를 시도할 것이고, 모바일 소액결제는 달러가 아닌 센트 단위까지 결제하게 해주므로 이때 아주 유용하다는 것.

그린웰 CEO는 "단순히 스토리를 리포트해 온 전통미디어가 이제는 사용자가 만든 미디어와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 호기심을 창출하는 기사, 독자 관심을 끄는 광고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원유 유출 사건 때도 사실보도 외에 `톱10 환경재앙`을 표로 만들어 옆에 실어주면 독자 눈길이 갈 것이란 얘기다.

그는 "야후가 사이트 광고에 사용자가 만든 비디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게 인상적"이라며 "광고주가 해당 기사에 광고비를 대고, 기사에는 독자들 비디오 클립을 붙이는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새너제이 = 유진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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