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티폰 한국서 된다? 안된다?

PC 키보드 왼쪽을 보면 알파벳이 Q, W, E, R, T, Y로 시작한다. 이를 따서 만든 조어가 `쿼티(Qwerty)`다.

쿼티는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PC 역할을 하는 휴대폰)에 널리 쓰이는 추세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와 이메일 등 문자를 입력할 때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시초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권에서 많이 쓰이는 블랙베리. 리서치인모션(RIM)이 제작하는 블랙베리의 모든 모델은 쿼티를 기본 장착한다. RIM 측은 "쿼티로 인해 정확한 문자 입력이 가능하므로 기업용 스마트폰으로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쿼티가 국내에서도 통할까. 삼성과 LG는 정반대 시각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용 스마트폰 가운데 2008년 출시한 `울트라메시징Ⅱ`를 제외하고는 쿼티를 탑재한 바 없다. 지난달 24일 나온 `갤럭시S`도 터치 입력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미국 스프린트를 통해 출시된 갤럭시S 모델인 `갤럭시S 프로`는 쿼티를 갖추고 있다. `익스클레임` `잭` `사가` 등 해외 출시 쿼티 스마트폰은 종류도 다양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는 풀터치폰에 대한 수요가 훨씬 많다. 따라서 풀터치폰 중심으로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성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전했다. 문자 입력이 빠른 `엄지족`이 많다는 이유도 크다. 삼성은 앞으로도 국내 스마트폰 모델에 쿼티를 탑재할 계획이 없다.

반면 LG전자는 쿼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안승권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은 "알파벳권에서는 쿼티가 무조건 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대세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LG는 올해 초 `안드로-1`을 내놓으면서 국내 안드로이드폰 시장에 처음으로 쿼티를 도입했다. 지난달 출시한 `옵티머스Q`에서도 쿼티를 선보였다. 버튼 간격과 높이, 질감 등을 고려해 쿼티를 처음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오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모토롤라도 지난 8일 널찍한 쿼티 자판을 갖춘 `모토쿼티`(미국 시장명 드로이드)를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의 쿼티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시장 장악을 기다리는 쿼티ㆍ터치폰(Qwerty/Touchscreen Phones Set to Dominate)` 보고서는 쿼티와 터치 선호도는 대륙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결론 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63%가 터치와 쿼티가 동시에 탑재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반면 서유럽 스마트폰 사용자의 61%는 터치만 가능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시영 기자@shinyandl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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