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전자제품은 안전하십니까?

지난달 24일 새벽 1시 선풍기 모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 주택 한 채가 모두 불에 탔다. 모터 코일에서 층간단락이 발생한 게 원인이었다. 이 화재로 여수시에 거주하는 서 모씨(40) 단독주택 가운데 대부분이 불에 타거나 그을려 2000여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해 7월에는 노래방 직원대기소에 설치돼 있던 TV가 폭발했다. 갑자기 모니터가 검은 화면으로 변하면서 굉음과 함께 연기가 나며 4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흔히 겨울철 화재의 위험 때문에 보일러·전기장판 등 사용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가전뿐만 아니라 TV 등으로 인한 화재 사고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어컨과 냉장고의 화재 건수는 컴퓨터에 비해 각각 약 3∼4배에 달하는 등 일상 가전제품도 자칫 잘못 사용하면 더 이상 화재위험에서 자유로운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가전제품 과열로 인한 화재신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18일 소방방재청 및 업계에 따르면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사고는 2007년 97건에서 2008년 105건, 2009년 101건 등 연평균 100건 가량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연중 사용되는 다른 가전과 달리 7∼8월 두달 간 집중적으로 사용되는 에어컨 화재는 2007년 6명, 2009년 1명의 사망자를 낳는 등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 소방방재청 화재조사감찰팀 관계자는 “에어컨 발화는 실내기 또는 실외기 모두에서 이뤄지며, 실외기 모터가 과열되거나, 지나가는 행인이 던진 담뱃불이 화재를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선풍기로 인한 화재건수도 2007년 242건에서 2008년 216건을 기록한 데 이어 2009년에는 다소 줄어든 167건으로 조사됐다.

생활가전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세탁기는 2007년 이후 3년 간 매년 170건 이상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세탁기는 물에 의한 배선기구 발화, 모터과열 등이 주요 원인이다. 냉장고는 2007년 201건에 이어 2008년 187건, 2009년 162건 등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나, 2007년에 이어 2009년에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냉장고는 전기배선 계통의 절연열화, 접촉불량, 누전 및 컴프레서 부분의 먼지로 인한 발화가 화재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TV 화재도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전자제품은 기본적으로 누전·합선 및 시간이 지나면서 열이 쌓이는 경련열화 등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가 발생한다”며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다양한 화재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비상구, 복도계단 출입구 등 피난시설 또는 방화구획용 방화문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소위 비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상가에만 설치돼 있는 화재경보기를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일반주택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김원석·윤건일기자 stone201@etnews.co.kr

용어설명/층간단락이란

전동기의 코일 중 하나의 코일이 열이나 그밖의 요인으로 다른 코일과 전기적으로 접촉(합선)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위의 온도가 높거나 열 방출이 잘 되지 않는 경우, 과부하로 인한 온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