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월드컵서 30배 대박

세계 자동차 기업 중 유일하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활동한 현대ㆍ기아차가 경기장 광고판 홍보로만 8조6000억원의 마케팅 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TV광고 효과와 각종 거리 응원 후원 등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상승분까지 합하면 약 20조원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지불한 스폰서 비용 1억달러(1200억원)와 기타 마케팅 비용을 합쳐도 30배 이상 효과를 거둔 대박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8일 현대자동차와 현대차그룹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한 이노션이 분석한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 효과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월드컵경기장 A(Advertising)보드에 브랜드 로고 노출로 총 5조1000억원의 광고 효과를 거뒀다.

경기가 방송되는 해당 시간대 초당 광고 비용에 로고의 총노출시간을 곱하는 분석 기법을 활용한 결과 총 38경기에 A보드 광고를 후원한 현대차는 생방송과 재방송, 하이라이트 방송분까지 합쳐 5조원이 넘는 효과를 거뒀다. 26경기에 광고판을 내건 기아차는 경기 1호골 장면에서 광고가 점멸하는 행운을 거머쥐는 등 3조5000억원가량의 만만찮은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아디다스 코카콜라 등 다른 5개 글로벌 기업과 함께 FIFA 공식 파트너로서 지불한 1억달러 대비 A보드 광고 효과만 70배에 달하는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대비 이번 남아공 월드컵 입장객 수는 6% 줄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경기를 시청한 누적 시청자 수가 17%가량 늘었고, 무엇보다 기존 고정식 보드판에서 LED 보드판으로 경기장 광고판이 바뀐 덕분에 주목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측은 "광고가 노출된 경기 횟수는 줄었지만 한 번 노출될 때 경기장 둘레에 설치된 모든 LED판에 현대 또는 기아차 로고 하나만 일시에 노출돼 주목도가 크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이번 월드컵 마케팅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길거리 응원전인 `현대 팬파크(Fan Park)`다.

팬파크는 현대차가 세계 19개국 29개 도시에 한국의 붉은악마 거리 응원전과 같은 응원 테마파크를 마련해 놓고 팬들을 유인한 일종의 광장 마케팅으로 독일 월드컵 이후 크게 확대됐다. 팬파크에 몰려든 응원 인파만 330만명으로 추산돼 월드컵 경기장 입장객 수를 넘어섰다. 경기 전후로 현대차 광고를 상영하고 각종 응원도구 등에 현대 로고를 노출시킴으로써 최소 1600억원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현대차의 월드컵 마케팅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까지 아프리카 6개국 불우 청소년들에게 100만개 축구공을 전달하는 `원 밀리언 드림볼` 로드투어를 진행한다.

지난 월드컵 기간에 남아공을 방문해 FIFA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공식 파트너십을 2018년 이후까지 연장 또는 갱신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ㆍ기아차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6조원,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약 10조원의 마케팅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