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을 곤경 속으로 몰아넣은 이른바 ’안테나 게이트’에 대해 복잡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인 갤럭시S를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출시하고 애플의 아이폰에 빼앗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는 삼성전자에 호재로 보일 수 있다.
안테나 수신결함 문제에서 비롯된 안테나 게이트가 아이폰의 대항마로 탄생한 갤럭시S의 시장을 넓혀주는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삼성이 내심 쾌재를 부를 것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애플이나 삼성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아이폰4를 비롯한 애플의 스마트 기기에는 삼성전자의 플래시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4 판매가 휘청거리면 갤럭시S 판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삼성전자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반도체사업부의 영업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2분기에 사상 최대인 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가 3분기에 2분기 실적을 능가하는 영업이익을 기대하는 것도 아이폰4와 갤럭시S 등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반도체 판매가 호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복잡한 심경은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최근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잡스는 아이폰4 안테나의 수신 불량을 해명하는 16일의 기자회견에서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 등 여타 스마트폰에도 공통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키아 등은 일제히 성명을 내 잡스의 ’물귀신 작전’을 비난했으나 함께 언급된 삼성전자는 ’침묵은 금’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선 최대 라이벌이지만 반도체 분야에선 최대 고객인 애플의 불행에 삼성전자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라며 “잡스의 기자회견에 발끈한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는 것이 그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