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 펀드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중소형주 펀드 성적표에 대한 총평이다. 어떤 종목을 편입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선두를 달리는 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18%를 넘어선 반면 가장 저조한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중소형주 펀드 가운데 상위 3개와 하위 3개 펀드 수익률이 올해 들어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은 최근 6개월간 18%대 수익을 올렸고 동양중소형고배당과 한국투자중소밸류도 11%대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미래에셋3억만들기중소형과 FT오퍼튜니티, 유리스몰뷰티는 같은 기간 매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 업종 선택이 수익률 차이 원인
= 이처럼 비슷한 성격의 중소형주 펀드 편차가 심한 것은 업종 선택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익률이 좋은 펀드는 상반기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자동차 부품주와 반도체 장비주, 화학 관련 종목을 많이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 장비주에는 아이피에스 아토 LIG에이디피 피에스케이가 포함됐고 자동차 부품주에는 현대모비스 화신 에스엘 등이 주로 편입됐다. 케이피케미칼 카프로 등 화학 관련 업종에 속한 종목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현재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펀드매니저는 "IT와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호황인 장비와 부품업종에 집중한 펀드들이 대체로 수익률이 높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80개 이상 많은 종목을 편입한 것보다 업황이 좋은 종목 50~60개에 집중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수익률이 낮은 펀드는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 장비 관련주를 담기는 했지만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여러 업종에 다양하게 분산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 저평가 종목 발굴도 한몫
=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 게임에서 승패를 가른 또 다른 요인은 저평가주를 얼마나 많이 담았느냐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펀드가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이다. 이 펀드는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오른 하이닉스를 비롯해 기아차 삼성전기 카프로 등 주가가 크게 상승했던 종목을 상당수 편입했다. 또 LIG손해보험 등 금리 상승 수혜주를 포트폴리오에 넣는 등 다양한 운용기법을 구사했다.
한국투자중소밸류도 기아차와 LG화학 등 성장동력이 컸던 대형주를 담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중소형주 펀드라 해도 저평가됐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판단되는 대형주를 일부 편입시켜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저평가 종목 발굴 외에도 수익률이 높은 중소형주 펀드는 주식을 자주 사고팔기보다는 좋은 종목을 매수한 뒤 장기 보유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Buy & Hold(매수 후 보유)`는 매매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며 "무작정 오래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대체로 매매율이 높지 않은 편"라고 밝혔다.
[장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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