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엔 취업을 했어야 했고 35살엔 결혼을 했어야 했고 42살엔 내 집 마련을 했어야 했다. 계획대로라면 그랬어야 했다. 헌데 이 나이 먹도록 해 놓은 게 없다. 계획에 없던 일에 허덕이느라 계획했던 일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드라마처럼 샤방샤방 살고 싶었는데 인간극장처럼 혀를 찰 일들에 치여 살았고, 미니시리즈처럼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시트콤처럼 일상만 존재한다. 문득 이 사실을 직면한 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사무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직업, 재정, 결혼, 출산 등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이 원래 인생이다. 전도유망했던 삶도 걸림돌은 있게 마련이고 불청객은 찾아온다. 미래의 안목을 갖고 계획은 세우되 계획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절망하지 말자. 에디슨은 1235번의 시행착오 끝에 전구를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1235번 실패한 것이 아니라 1235번의 경험을 통해 1236번째에 전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1235번 동안 전구가 안되어 가는 이치를 발견했기 때문에 드디어 1236번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나이 먹도록 이룬 것 하나도 없이 허비한 것이 아니라 인생이 참 쉽지 않음을 배우고 깨닫는 데 보낸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것이 얼마이며 깨달은 것이 얼마인가? 아무것도 한 게 없고 이룬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숫자적 결과로만 보면 실패한 것이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 덜 이룬 것이지 완전히 못 이룬 것은 아니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평가는 하늘에 맡기자. 계획은 삶을 옭아매는 족쇄가 아니라 매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만든 도구에 불과하다. 계획은 미래를 점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태함을 다잡기 위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 계획에 지배당하지 말고 앞뒤가 뒤바뀌어 절망의 도구로 사용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