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모두 텔코(통신사업자)의 살길은 탈통신’
일본 IT업계 상징적 인물인 와다 노리오 NTT 회장. NTT도코모와 NTT 사장을 두루 거친 그가 기자와 만나 밝힌 통신사업자의 지향점은 우리나라 통신사업자 CEO들의 그것과 꼭 닮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통신 시장이 정체기에 있다는 표현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협의의 통신 시장은 성장이 어려울 것이지만, 광의로 보면 통신(네트워크)은 미래사회에 지속적인 발전엔진을 제공하며 성장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NTT는 최근 사업구조 변화를 꾀한다. 그간 만들어 놓은 통신 인프라 위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상위 플레이어로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NTT는 오는 2012년 음성 매출 비중은 전체의 4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 4분의 3은 새 사업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의 ‘스마트(SMART)’, SK텔레콤의 ‘IPE’, LG유플러스의 ‘MVIP’ 전략과 유사했다.
“NTT는 이미 3G로 완전 전환했고 올해 안에 LTE서비스도 출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유무선 융합 환경에서 NTT는 네트워크 공급기업이 아니라 서비스 창조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NTT는 이미 중소기업·개인·전문가 구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차세대 교세이(공동창출) 포럼’을 만들어 미래 프로젝트를 짠다. 150억엔 규모 기금으로 ‘NTT 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사업을 운용해 중소기업·개인의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한다.
와다 회장은 전 세계를 요동치게 한 ‘아이폰 쇼크’에 대해 ‘별 것 아니다’는 시각이다. 아이폰 뿐 아니라 많은 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고, 정보단말은 항상 발전을 거듭하며 변화해왔기 때문에 아이폰 역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인 ‘망 중립성’에 대해 ‘통신사업자의 입장을 충분히 염두에 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다 회장은 “통신 네트워크 운영자의 사명은 대용량 콘텐츠를 신뢰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이를 가능케 하려면 높은 연구개발·설비투자비가 필요한데, 무임승차가 늘어나는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에 대해 “확실한 입장 표명을 안 한다”며 “모든 나라 정부가 그런 것 아니냐. 이는 각국의 상황과 집권당의 색채와도 무관치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내부에서 논란인 ‘NTT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강한 어조로 정부를 비판했다. 와다 회장은 “NTT는 1985년 민영화 이후 1조 수천억엔을 투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계속 적자였고, 이제 이르면 내년 또는 내후년에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광통신 자회사 분리·국영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정부가 밀어붙인다면 정부를 고소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
사진: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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